매일신문

[건강검진] 건강검진 홍보대사 민기식씨

정기검진 암 조기발견 "건강, 과신하지 마세요"

지난 2월, 41년 동안 몸담았던 교직을 떠난 민기식(63'대구 수성구 황금동) 전 청도유천초교 교장을 만난 곳은 두류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이었다. 동호회 이름(KIPS)이 새겨진 푸른 유니폼을 입고 질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음이 넘친다. 한때 위암 환자로 수술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인라인스케이트는 4년 전에 시작했지만 중간에 병이 들고 근무지도 여기 저기 옮기다 보니 2년 정도를 쉬었습니다. 퇴임 후 다시 인라인을 시작하면서 동호회도 가입했습니다. 지금은 몸이 가뿐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니 마음도 젊어지고 즐겁습니다."

틈만 나면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찾는 민씨는 암 판정을 받았던 2008년 12월을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이 아찔하다. 그도 여느 직장인들처럼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다 보니 건강검진은 늘 인생에서 후순위였다. "2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통보가 옵니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 연말에 가서 겨우 받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추가검진은 생각도 하지 않아 늘 기본검진만 받았을 정도입니다."

민씨는 2008년이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마지막으로 받는 건강검진이어서 예년과 달리 기본검진에 암검진을 포함시켜 받았다. 그런데 검진 며칠 후 의사에게서 급히 연락이 왔다. 보호자와 함께 병원에 오라는 것. '설마 큰병은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은 민씨는 위벽이 헐어 조직을 떼내 검사를 해본 결과 악성종양(암)으로 판명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는 처음에는 무덤덤했다고 한다. 운동광으로 불릴 만큼 운동을 통해 몸관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민씨는 젊을 때부터 스케이트'스키'댄스스포츠 등 다양한 운동을 해왔다. 무조리조트에서 회갑 잔치를 한 뒤 스키를 탈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암은 남의 일이었지 자신에게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잘 아는 의사를 찾아가 다시 확인했다. 결과는 마찬가지. 그래도 믿을 수 없어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딸을 통해 재차 확인까지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조기 발견됐기 때문에 수술만 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는 위안이 되지 않았다.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하기까지 보름이 걸렸다. 그는 그 기간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고 했다.

"지나온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집 밖을 나서면서 흘린 눈물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그치지 않았던 날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술도 받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가족들 중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수술은 환자를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내가 암에 걸리면 수술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살았습니다."

민씨는 수술을 앞두고 혹시 잘못될 경우에 대비해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 각종 단체에서 맡고 있던 회장'총무직을 사임하고 가까운 친구와 고마운 사람들에게도 연락을 했다. 가족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위를 3분의 2 정도 절단하고 주위에 있는 임파선과 쓸개 1개까지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던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게 꿈만 같다고 했다.

"인생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 사는 삶은 덤으로 얻은 것입니다.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고 남을 돕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큰 병을 앓고 난 뒤 민씨는 건강검진에 대한 생각도 180도 변했다고 했다. 특히 온 가족을 병원에 데리고 가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아내와 사위의 갑상선암을 조기 발견한 이후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라며 권하고 다닌다.

"조기발견, 조기치료만이 병을 완치하는 지름길임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건강은 과신하면 안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건강검진 홍보대사로 거듭난 민씨가 던지는 교훈적인 말이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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