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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꽃은 불긋불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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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불긋불긋

무명씨

꽃은 불긋불긋 잎은 푸릇푸릇

이 내 마음은 우즑우즑 하는고야

춘풍은 불고도 나빠 건듯건듯 하노라.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옛 가집에서도 『고금가곡』과 『근화악부』 두 곳에만 전하는 것으로 보아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이미지를 이처럼 잘 살려낸 작품은 흔치 않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읽으려면 중장의 '우즑우즑', 종장의 '나빠' '건듯건듯' 이라는 낱말의 뜻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즑우즑'은 '우줄우줄'의 옛말로 '몸이 큰 사람이나 짐승이 가볍게 율동적으로 자꾸 움직이는 모양' '산맥이나 물줄기 따위가 고르지 않게 뒤섞여 잇닿아 있는 모양'을 뜻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게 빨리 자라거나 치솟는 모양'을 나타내기도 한다. 종장의 '나빠'는 '먹은 것이 양에 차지 아니하다'라고 할 때의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해야 시의 의미가 통하고, '건듯건듯'은 '바람이 가볍게 슬쩍 부는 모양'을 가리킨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어로 해석하여 보면 '꽃은 불긋불긋 잎은 푸릇푸릇 / 이 내 마음이 자꾸 들썩들썩거리는구나 / 봄바람은 불고도 또 모자라 슬쩍슬쩍 불고 있구나'라고 풀린다. 그러니까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움직임을 노래한 것이다.

초장은 봄에 피는 꽃과 잎의 색깔을, 중장은 화자의 마음을, 종장은 바람의 움직임을 드러낸 것이다. 초장에서 꽃과 잎의 색깔에 마음이 자꾸 들썩거리는데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다. 그러나 봄바람이 불고도 모자라 건듯건듯 하니 마음이 계속 들뜬다는 것이다.

봄에 꽃이 만발해도, 잎이 나서 싱싱해도 마음에 조금의 동요도 없으면 어찌 사람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빌딩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겐 그런 감정을 가질 여유도 없다. 그러니 참 잘 산다고 하는 지금이 자연의 변화를 읽으며 살던 그 옛날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음의 '여유' 라는 것, 누가 억지로 갖다주는 것은 아니니까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무리 바빠도 봄 들판에 나가 기지개 한번이라도 켤 일이다. 딱딱한 시멘트나 아스팔트가 아니라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잠시라도 걸으며 봄바람을 맞을 일이다. 지금도 들판엔 봄바람이 건듯건듯 할 것이니까.

문무학(대구예총 회장·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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