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아가야! 북스타트 하러 가자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은 부모의 책임임과 동시에 사회의 책임이다. 육아를 위한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공적 지원 프로그램으로 북스타트 운동이 있다. 북스타트 운동은 부모에게 맡겨져 있는 아기 양육의 책임과 비용의 일부를 지역사회가 분담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이다. '인생의 시작을 책과 하자'는 취지로 지역의 9개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소득수준 격차 때문에 뒤처지는 일 없이 평등한 문화적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대구시와 교육청이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진행하고 있다.

2006년 아침독서 10분 운동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북스타트 프로그램의 도입을 위해 진해 '기적의 도서관'을 방문했다. 20쌍의 아기와 어머니들이 베이비 사인, 그림책 읽어 주기, 노래 등의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도서관장님의 설명에 이어 학부모들의 참여 소감 발표와 질의 등의 시간을 가졌다. 마침 대구에서 진해로 이사를 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새댁을 만났다. 외지에서 만난 고향 사람이라 마음의 빗장을 풀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 북스타트 운동이 아기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그 학부모는 '아이를 기르는 데 정말 도움이 됩니다. 물론 책 읽어 주기에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좋은 북스타트 운동을 대구에서는 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는 기분이었다. '조그만 중소도시인 진해에서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왜 대도시이며, 교육도시인 대구에서는 못하는가?' 대구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반성과 더불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북스타트 운동의 측면에서 볼 때 2006년 당시의 대구는 이 운동을 하지 않는 사고지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구를 교육도시라고 하지만 육아의 책임을 부모에게만 맡겨 두고 공적으로 제대로 된 육아 지원 복지서비스 프로그램 하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2007년부터 0~2세 영아 대상의 북스타트를 시작으로 2008년에는 3~5세 유아 대상의 북스타트 플러스, 2009년에는 6, 7세 아동 대상의 북스타트 보물상자 등으로 연령층을 확대하여 진행하고 있다. 영유아의 부모들이 공공도서관으로 오면 '아가는 책을 좋아해요'라고 쓴 가방에 책 2권, 손수건, 북스타트 안내 자료 등이 들어 있는 북스타트 가방 꾸러미를 배부한다. 나아가 부모와 아기를 대상으로 육아 및 독서 관련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09년에 공공도서관을 통해 나누어 준 가방 꾸러미 숫자가 1만2천개가 넘으며 후속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기들과 어머니의 숫자만 해도 2만명이 넘는다.

대구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그는 대구 시민이다. 어른 대구 시민들이 아기 대구 시민에게 축복의 선물로 북스타트 가방 꾸러미를 주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아기도 시민으로서의 첫 권리 행사를 북스타트 가방 꾸러미를 받는 것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북스타트 운동은 평생교육의 출발이며 한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문화복지 대민서비스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대구 시민을 북스타트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로 가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문화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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