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남자 세계에서 술 한 잔 할 때면 빠지지 않는 안줏거리가 군대 이야기이다.
어떤 이는 코미디 같은 제스처와 입담으로 입에 거품까지 물며 얘기하기도 한다. 군제대 후 20여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영웅담을 얘기하며 전우의 정을 이어가고 있는 백두산 부대 96알파전우회를 찾았다.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산 넘고 물 건너 그것도 뺑뺑이(선착순 달리기)로 도착했던 곳이 강원도 양구 21사단 훈련소였어요. 아무리 군대라지만 지금 세대는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인적이 드문 부대라서 동네 주민들만 봐도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는 장기철(45·자영업) 회장은 제대한지 23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과거 추억을 얘기할 수 있는 건 그때의 춥고 배고픈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땐 정말 왜 그리 배가 고팠는지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만 난다는 김남기(44·자영업)씨의 입가엔 묘한 웃음과 함께 '부식거리가 너무 부족해 우유에 밥 말아 삶은 계란을 간장에 으깨 반찬으로 대용했다'며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입담을 늘어놓는다.
1년에 3, 4회 정도, 특별한 격식은 없지만 그때 함께 군 생활을 한 대구 지역 전우들이 모이다 보면 또 새로이 후배 전우를 알게 된다. 1년에 한번씩은 전국에서 연락되는 전우들이 모여 부대 방문을 하기도 하고 회원들 경조사는 잊지 않고 챙긴다.
얼마전 천안함 46명의 용사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산화했다. 오늘 우리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희생 덕분이다. 이 땅의 모든 아들들이 의무적으로 져야 할 군대 생활이 헛된 세월이 되지 않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배효도 시민기자 amysg@hanmail.net
멘토: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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