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긴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이번 징검다리 연휴로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와 음식을 나누고 반가운 얼굴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중부지방엔 때 아닌 물난리로 곤욕을 겪었지만 우리 모두가 기다려온 명절임에 틀림이 없다.
아이들은 추석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이들은 추석에 음식도 많이 먹고 일가·친척들에게 용돈도 넉넉히 받는 그런 날로 인식하고 있었다. 차례를 지내는 집도 있지만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집도 늘어났다. 추석 본연의 모습은 사라지고 긴 공휴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요즘처럼 가족단위가 작아지고 동네 이웃이 일가친척이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여서 동네 전체가 추석으로 들썩이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그러나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모를 찾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농경문화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세시와 절기 문화가 발달해 있다. 특히 절기는 일 년을 스물네 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농사에 중요한 매개체로 사용해 왔다. 입춘으로 봄을 알리고 청명과 곡우가 되면 농사를 준비하고 시작한다. 망종이 되면 씨를 뿌리고 추분과 한로를 기점으로 가을걷이를 하는 것이다. 이십사절기는 중국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쓰긴 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것을 우리 기후에 맞게 앞뒤 날짜를 계산해 내기도 했다. 봄에 논농사에서 씨앗을 뿌리고 한가한 때가 있는데 이때 맞이하는 세시가 바로 단오이다. 힘들었던 농사준비와 시작이 끝나고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 축하하며 힘든 노고를 위로하기위해 잔치를 벌이고 한 해 풍년을 기원하던 풍습이 단오이다. 그래서 봄에 나오는 산나물로 떡을 해먹고 창포에 머리도 감고 액막이 부적도 만들고 여러가지 놀이와 씨름 등으로 단오를 흥겹게 보내는 것이다.
흔히 세시절기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세시와 절기는 구분이 된다. 세시는 세시풍속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매월 어떤 의미를 붙여서 그 달을 보내는 것이다. 설날, 정월 대보름, 삼짇날, 한식, 단오, 유두날, 칠월칠석, 추석, 중양절, 상달, 동짓달, 섣달 이렇게 매월 지키며 모두 함께 보내는 것이 세시풍속이다. 오늘날 산업구조가 농사 중심이 아닌 공업화 되면서 여러 세시풍습 중 설날과 단오와 추석을 빼고는 기억하는 것이 별로 없다.
세시는 우리 몸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진다. 또한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기 때문에 인위적인 요소보다는 자연스런 흐름에 우리 몸을 맞출 수 있다. 요즘처럼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 등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제철 음식이 아닌 것들로 인해서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세시 절기에 따른 삶은 우리아이들에게 더욱 건강한 내일을 보낼 수 있게 만든다. 미신이라는 이유로 꺼리는 것이 아닌 우리 조상들이 몸으로 체득해온 삶의 지혜가 세시와 절기에 담겨져 있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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