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우리 몸의 건강 경고등

얼마 전 서울에 갔었다. 평소에는 주로 행동반경이 집과 병원 위주의 생활이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다가 배터리가 방전돼 끊어져도 별 걱정이 없었다. 집 전화나 병원 전화로 다시 걸거나 아니면 "배터리가 거의 없으니까 끊어지면 집으로 전화해" 등등의 수단이 있기 때문에 배터리의 충전상태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에 가서 연락을 주고받고 해야 하는데 배터리의 양이 얼마 없으니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전화도 골라서 받고 걸더라도 용건만 간단히 하면서 아껴 쓰게 됐다.

문득 우리 몸에도 핸드폰 배터리의 양을 알려주는 표시처럼 몸 상태를 알려주는 경고등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떤 핸드폰은 표시로도 부족해서 충전하라는 메시지가 뜬다고 한다. 만약에 핸드폰에 충전 상태를 나타내는 표시가 없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많이 불편할 것이다.

그런데 핸드폰보다 중요한 우리 몸의 건강 경고에는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닐까? 알게 모르게 우리 몸도 몸 상태에 대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그 경고음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고 자기의 취약한 부분에서 제일 먼저 드러나겠지만, 그 신호를 스스로 감지하기가 쉽지 않아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우리 엄마는 피곤하면 뒷머리가 아프다며 쉬셨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혈압이 높으셨던 것 같다. 본인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셨던 분으로 조금 쉬면 낫는다고 병원 가는 걸 피하시다가 결국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초기에 감기를 치료하지 않아 폐렴으로 입원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나고, 몸에 오한이 들고, 기침이 나는데 그냥 감기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폐렴이 돼서 호흡곤란상태로 생사의 기로에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한 40대 남성의 경우 이유 없이 피곤하고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 상태를 간과했다가 간경화증 진단을 받고 온 집안이 고생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간은 이상이 생겨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상을 감지하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다.

물론 바쁜 일상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몸의 경고음을 분간하는 것이 매우 힘들지만 우리 몸은 단순히 소모하고 버려질 휴대폰과는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다양한 U-헬스케어사업이나 맞춤형 건강관리를 이용한다면 좀 더 우리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의 건강 경보 표시도 휴대폰 배터리 표시처럼 가시화될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이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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