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24일 오후 대구시 산격동 경북도청 지하 대피소. 이곳은 1970년에 전쟁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공무원과 군인, 경찰이 근무하기 위해 도청 본관 뒤편 언덕에 굴을 파 아치형으로 만든 2천205㎡(667평) 규모의 지하 벙커이다. 웬만한 포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콘크리트를 겹겹이 쌓아 만들어졌다.
두 개의 이중 철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 양쪽으로 각종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도합동평가단', '유관기관', 'FAX실', '군경합동상황실' 등의 간판을 단 사무실은 모두 19개다. 사무실에는 집기도 없이 텅 비어 있다. 하지만 사무실마다 전화와 전기, 스피커 시설이 설치돼 있어 언제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경북도 공무원과 군인, 경찰 등 300명이 동시에 근무할 수 있다.
사무실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종합보고장'. 이곳은 도지사와 50사단장, 경북경찰청장이 상황을 보고받는 장소이다. 휴대전화도 터지고 환풍기는 24시간 가동된다. 구조는 40년 전 그대로다. 지난해 사무실 문의 재질을 목재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수세식 화장실도 2개 갖춰져 있다. T자형의 복도는 총 230m에 달한다.
이 지하 대피소는 1년에 2~4번 정도 개방된다. 매년 3월의 키리졸브 훈련과 8월의 을지연습 때, 2년마다 하는 화랑훈련, 4년마다 하는 충무훈련 때 문이 열린다.
대피소의 윗부분은 동산이다. 대피소를 위장하기 위해 경북도는 히말라야시더를 심었다. 이 나무는 뿌리가 얕기 때문에 대피소를 잘 보이지 않게 하는 수종으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한때 이 지하대피소는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도청 공간이 협소함에 따라 직원들 사이에서는 '왜 공간을 비워두느냐', '사무실도 부족한데 개조해서 쓰자'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지하이지만 서쪽의 흙을 걷어내면 창을 낼 수 있어 사무실로 사용이 가능하다. 경북도 이재춘 안전정책과장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 등 사건이 일어날 때만 대피시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며 "대피시설을 유지하려면 힘이 들고 가치가 없어 보이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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