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청 내 지하벙커를 아십니까

유사시 군경 합동 300명 상황근무 가능…자하 아치형 2205㎡ 규모

대구시 산격동 경북도청 지하 대피소는 지난 1970년 전쟁 등 비상상황 발생이 발생하면 공무원과 군인, 경찰이 근무하기 위해 지어졌다. 내부는 보안을 이유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대구시 산격동 경북도청 지하 대피소는 지난 1970년 전쟁 등 비상상황 발생이 발생하면 공무원과 군인, 경찰이 근무하기 위해 지어졌다. 내부는 보안을 이유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24일 오후 대구시 산격동 경북도청 지하 대피소. 이곳은 1970년에 전쟁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공무원과 군인, 경찰이 근무하기 위해 도청 본관 뒤편 언덕에 굴을 파 아치형으로 만든 2천205㎡(667평) 규모의 지하 벙커이다. 웬만한 포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콘크리트를 겹겹이 쌓아 만들어졌다.

두 개의 이중 철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 양쪽으로 각종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도합동평가단', '유관기관', 'FAX실', '군경합동상황실' 등의 간판을 단 사무실은 모두 19개다. 사무실에는 집기도 없이 텅 비어 있다. 하지만 사무실마다 전화와 전기, 스피커 시설이 설치돼 있어 언제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경북도 공무원과 군인, 경찰 등 300명이 동시에 근무할 수 있다.

사무실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종합보고장'. 이곳은 도지사와 50사단장, 경북경찰청장이 상황을 보고받는 장소이다. 휴대전화도 터지고 환풍기는 24시간 가동된다. 구조는 40년 전 그대로다. 지난해 사무실 문의 재질을 목재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수세식 화장실도 2개 갖춰져 있다. T자형의 복도는 총 230m에 달한다.

이 지하 대피소는 1년에 2~4번 정도 개방된다. 매년 3월의 키리졸브 훈련과 8월의 을지연습 때, 2년마다 하는 화랑훈련, 4년마다 하는 충무훈련 때 문이 열린다.

대피소의 윗부분은 동산이다. 대피소를 위장하기 위해 경북도는 히말라야시더를 심었다. 이 나무는 뿌리가 얕기 때문에 대피소를 잘 보이지 않게 하는 수종으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한때 이 지하대피소는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도청 공간이 협소함에 따라 직원들 사이에서는 '왜 공간을 비워두느냐', '사무실도 부족한데 개조해서 쓰자'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지하이지만 서쪽의 흙을 걷어내면 창을 낼 수 있어 사무실로 사용이 가능하다. 경북도 이재춘 안전정책과장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 등 사건이 일어날 때만 대피시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며 "대피시설을 유지하려면 힘이 들고 가치가 없어 보이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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