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안동대 음악학과 교수는 지역 문화예술계가 서로 칭찬하고, 신뢰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흔히 문화예술인들이 대구시를 향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홀대한다고 비난하면서 정작 문화예술인들끼리 서로 헐뜯는 바람에 스스로 고립과 외면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 칭찬하고 믿어주는 문화정착을
박 교수는 "전시공연 관련시설 관장직에 서울에서 활동하던 사람을 모셔왔던 배경에는 대구사람들끼리 서로 비방전을 벌여 서로를 깎아 내린 탓도 크다" 며 "최근 수성아트피아와 오페라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 계명 아트센터 등의 수장 자리에 대구지역 인사들이 채워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함께 일하다보니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도 있지만 지켜봐주고, 믿어주는 분위기를 형성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나가자"고 했다. 어렵게 지역 인사들로 자리를 채웠는데, 또 말썽이 터져 나온다면 결국 스스로 '쪽박'을 깨는 격이라는 말이었다.
박 교수는 "대구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이 관장을 맡으면서 수성 아트피아와 오페라하우스, 동구문화체육회관 등은 새로운 발상과 정책으로 문화예술계에 신선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성아트피아가 9천만원에 이르는 현대백화점의 후원을 얻어낸 것은 지역 공연장의 특성과 현대백화점의 목표를 잘 파악하고 접근한 덕분이다. 또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아하! 오페라' 와 '우리 오페라, 우리 아리아' 기획으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페라 저변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를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은 문화예술 애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임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젊고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아마도 많은 변화를 시도할 텐데, 그러다보면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면서 "다소간 불편하고 마찰이 있더라도 문화예술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일단은 신임 관장의 정책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후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박창근 교수는 문화예술계에도 경쟁과 수익성이 강조되면서 문화예술인들이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다고 말했다. 객석이 가득 차고, 수익성이 높아야만 훌륭한 예술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순수예술 영역에서조차 '대중의 호응도' '수익성'만을 작품 완성도의 잣대로 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말이었다.
그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인이나 재력가가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것은 고맙다. 그러나 후원을 이유로 그들이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거나 간섭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누구를 출연시켜 달라거나, 축하공연을 해 달라는 식의 요구는 문화예술인을 구걸하는 사람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교수는 특히 "특정 학교 출신이 문화예술계를 지배한다는 이야기가 많다.'자기네들끼리 뭉쳐서 다해 먹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며 "문화예술에까지 '패거리' 문화가 만연한다면 좋은 작품 생산은 그만큼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오페라 '원이엄마'를 제작해 2009년과 2010년 무대에 올렸던 박창근 교수는 "창작작품은 기성 작품보다 더 많은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더 오랜 제작기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구시나 공연장에서는 더 적은 지원, 일회성 관심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작품에 대해 한두 번 지원하고 손을 떼는 방식으로는 좋은 창작 작품 생산이 요원하다"고 말했다.
"뮤지컬이든 오페라든 지역의 브랜드가 없다면 대구는 언제까지나 '예술소비도시' 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이름난 외국산 작품 공연은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하는 기획사에 맡겨두고, 대구시나 공공 공연장에서는 창작작품 제작과 공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예산을 투자해야 합니다."
박 교수는 또 시립예술단의 구조조정과 관련, "시립 예술단원들은 시민들에게 고품격 문화예술을 선사할 수 있도록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할 의무가 있다" 면서도 "오랜 세월 박봉에 시달리며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온 그들의 업적과 희생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앞서 시립예술단원 개개인이 가진 가치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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