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명고 1학년 제시카·빅토리아입니다"

'한국이 좋아' 교환학생으로 대구 온 파란눈의 소녀들

환한 표정으로 교정을 함께 다니는 제시카(왼쪽)와 빅토리아.
환한 표정으로 교정을 함께 다니는 제시카(왼쪽)와 빅토리아.
제시카와 빅토리아가 신명고 교정에서 같은 학년 친구들과 벤치와 앉아 한국어 학습교재를 보고 있다.
제시카와 빅토리아가 신명고 교정에서 같은 학년 친구들과 벤치와 앉아 한국어 학습교재를 보고 있다.
같은 학년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제시카와 빅토리아.
같은 학년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제시카와 빅토리아.

"궁금하다. 고교생도 교환 학생이 있나?"

두 금발의 여고생이 계산성당 앞 횡단보도를 건넌다. 2011년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이 둘은 항상 같이, 같은 시간에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학교로 향한다. 가는 곳은 언덕(옛 청라언덕) 위 신명고교. 같은 학교 학생뿐 아니라 중학생, 출근하는 회사원까지 수근댄다.'금발의 여학생이 왜 여기에서 학교를 다닐까?'그래서 신명여고에 찾아가 그 해답을 풀었다.

이 두 여고생은 바로 독일과 미국에서 1년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해 대구로 온 용감무쌍한(?) 소녀들이다. 사는 곳도 알아냈다. 계산오거리에 위치한 미소시티에 함께 살고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의 집에 홈 스테이(Home Stay)를 하고 있다. 고교 생활은 대학 생활처럼 자유롭다. 주변에 항상 주목을 받는 것도 즐겁다. 소녀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흥미롭다. 한국말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한 듯 했다. 기자한테 얼마 전에 배운 자기 소개를 멋들어지게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한층 성숙해 보였지만 여고생의 풋풋함과 수줍음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대구시 교육청에 알아보니, 대구 고교로는 첫 교환학생이란다. 대구의 일선 초'중'고교에서 다른 나라와 자매결연을 맺고, 단기간에 학생들간 교류는 있었지만 정식으로 1년 동안 학생을 받기는 처음이다. 물론 신명고에서 외국의 다른 학교에 학생을 보낸 것도 아니다. 단지, 받은 것 자체만으로도 첫 시도며, 큰 변화다.

신명고 장용원 교감은 "두 금발의 여고생으로 인해 학교에 활력이 되고, 특별하게 학교 행정에 불편도 없다"며 "앞으로 학교 차원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되고, 더 많은 학생들이 대구에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린'Korea DNA'가진 스타 앤 스타

금발의 두 여고생의 이름은 독일에서 온 샤를로테 제시카 월터(Charlotte Jessica Walter'1995년생)와 미국에서 온 빅토리아 로즈 브라운(Victoria Rose Brown'1996년생) 양이다. 제시카는 독일 라이프니츠 포츠담 9학년을 마치고 왔으며, 빅토리아는 찰리스타운 고등학교 9학년을 마치고 왔다.

두 학생의 한국, 그것도 대구에서의 학창생활 도전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 한국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던 독일과 미국 대표 소녀였다. 제시카는 태권도를 배운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독일에서 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가 태권도 코치인데, 아주 어릴 때부터 그로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노란 띠부터 초록 띠, 빨긴 띠를 거쳐 지금은 검은 띠 1단이다. 기자의 요청으로 시범삼아 학교 교정에서 보여준 태권도 자세는 진지하면서도 폼이 잡혀 있었다. 지금도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면, 매 주 2, 3회 정도 지하철을 타고 계명대까지 찾아가 태권도를 배운다.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제시카는 한국에서 태권도를 계속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빅토리아는 K-POP(한국의 대중가요)을 사랑하는 아이돌 팬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와 슈퍼 주니어 등의 멤버를 훤히 꿰뚫고 있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슈퍼 주니어의 예성이란다. 여느 대한민국 여고생과 똑같은 극성팬(?)의 포스가 확 느껴졌다. 예능 쪽에 관심이 많고, 재능이 뛰어난 그녀는 체조를 8년 동안 했을 정도로 몸도 유연하다. 이날도 제시카가 태권도 동작을 선보이자, 이에 질세라 체조의 마무리 동작을 보여줬다.

이렇듯 두 금발의 여고생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YFU(Youth For Understanding International Exchange)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해 당당히 선발됐다. 모든 것이 낯설지만 두 여고생의 도전은 이날 교정에 비친 봄 햇살처럼 눈부셨다. 개인적인 생각에 한국의 고교생들도 외국에 나가 이런 도전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한국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요

둘은 신명고 정식 학생들이다. 빅토리아는 1학년 6반, 제시카는 1학년 7반이다. 특별히 미국 심화연수 과정을 다녀온 영어 교사들의 반에 배정됐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담임 교사가 직접 해결해 준다. 이에 더해 이 둘에겐 한국어를 가르치는 개인 교사가 또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금요일 3시부터 5시까지는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생인 조아라(25) 자원봉사 교사가 학교 도서관에서 우리말을 가르쳐 준다. 조아라 교사는 이날 학습시간을 기꺼이 기자에게 인터뷰 시간으로 내어주며, 이들이 그동안 배웠던 자기소개를 한국말로 한 번 해보도록 시키기도 했다. 외워서 하는 티는 났지만 아주 훌륭한 자기소개로 손색이 없었다.

조 교사는 "학습속도가 빠른 편이고, 둘 다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서 그런지 많이 물어본다"며 "아마도 여름방학이 지날 때 쯤이면 기초적인 한국말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교정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친구들이 난리다. 제시카의 단짝 친구도 나타났다. 주희주 양은 제시카와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벤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같은 반인 김혜진 양도 "제시카와 함께 동성로 구경을 했는데 너무 신났다"며 함께 찍은 사진도 보여줬다. 이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렸으며, 같은 학년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 친하게 지내고 싶은 두 외국인 학생이었다. 물론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톱스타급(?) 대우를 받는다. 이성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금발 자체가 주는 신기함마저 더해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기 위해 주변을 서성거린다.

영어과목 부장을 맡고 있는 임현근 교사는 "학교로서는 첫 외국인 교환학생을 받은 것인데 너무 잘 적응하고, 학교에도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둘이 큰 무리없이 잘 해주는 것도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임 교사에 따르면 이 둘은 매일 오전 4과목을 선택해서 들으며, 오후에는 한국어 수업과 태권도 등 각자의 일정에 따라 생활한다.

◆"독립심 100%, 부모에게 의존 안 해요"

인터뷰 도중 깜짝 놀란 사실 하나는 이들이 학비를 부모에게 의존하기 보다 이미 독립심을 갖고 대학생활을 준비하고 있었다. 빅토리아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3년 동안 집 근처의 마트(Mart)나 몰(Mall)에서 일하며 교환학생 경비 5천달러를 직접 냈다. 대학 갈 때도 자신이 벌어서 학비를 댈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한국 문화 특히 대중가요에 푹 빠진 빅토리아의 장래희망은 언어학자 또는 유능한 비즈니스 우먼이다.

제시카는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다. 대학 갈 때 절대 손 벌리지 않을 테니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경비 및 용돈 일부를 미리 당겨서 부모에게 빌렸다. 둘 다 토목기사인 부모는 딸의 도전에 과감하게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시카는 이런 부모의 응원 속에 한국에서 태권도를 배우며, 약학 공부 후 심리학자가 되는 꿈을 무럭무럭 키워가고 있다.

둘 다 특이사항도 많다. 빅토리아는 덴마크, 포르투갈,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를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닌 경험이 있으며, 제시카는 2008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교환 방문 및 태권도 대회 참가 등의 이유로 한국을 방문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언어능력도 탁월하다. 제시카는 독일어와 영어를 바탕으로 불어와 한국어까지 열심히 배우고 있으며, 빅토리아는 영어를 바탕으로 스페인어와 에스토니아어에도 관심이 많으며, 지금은 한국어 실력을 갈고 닦고 있다.

금발을 가진 두 여고생의 도전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의 초·중·고교 대표적 해외 자매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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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명 교류학교 및 지역 교류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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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교육연수원 연길 교원연수학교, 중국 길림성 연길시 정기교류

대구시 중앙도서관 요녕성 도서관, 중국 요녕성 정기교류

대구외국어고교 포레스트 그로브 고교, 미국 오레곤주 정기교류

후나이리 고교, 일본 히로시마시 정기교류

베이징시 제80중학교, 중국 베이징시 단기교류

계성고교 고스포드 기독교학교, 호주 고스포드 단기교류

현풍고교 두이젠 김나지움, 독일 뒤셀돌프 정기교류

원화여고 세리퓨테리 중고등학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정기교류

경북예술고교 마운트 카르멜 스쿨, 인도 뉴델리 단기교류

상서여자정보고교 웰링턴 대학, 뉴질랜드 웰링턴 단기교류

시지중학교 퀸 엘리자베스 스쿨, 캐나다 밴쿠버 교류사업 추진

소선여중 벨몬트 고교, 호주 멜버른 정기교류

대서중학교 아커맨 중학교, 미국 오레곤주 단기교류

대구복현초교 중구 인하이 초교, 중국 칭다오 단기교류

대구교대 부설 초교 세인트 피터 샤넬 초교, 호주 브리즈번 단기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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