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검단동 안경렌즈 제조 공장 '포렉스'(Polex). 198㎡ 면적의 공장을 채운 기계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11명의 직원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는 듯 기계들 사이를 오가며 렌즈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6월 대구 검단동에 공장을 세운 포렉스는 3D 안경의 핵심인 렌즈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매달 40만 개의 3D 렌즈를 생산하고 있지만 넘치는 주문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손이 바쁘다. 지난해까지 단 2명이 운영하던 공장은 급증하는 렌즈 주문으로 인해 9명을 추가로 채용할 정도로 호황이다. 송영철 사장은 "일반 선글라스로도 사용할 수 있는 3D 안경 렌즈를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며 "덕분에 LG 전자와 해외 TV업체 등 곳곳에서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고 웃었다.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안경 산업이 '3D'라는 날개를 달고 다시금 도약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과 해외 명품 브랜드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안경 산업에 '3D 안경'이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덕분이다.
한국 안경은 1990년대까지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998년까지만 해도 수출액이 2억1천515만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수출액이 매년 줄어들었다. 2008년부터 조금씩 성장세를 보이던 안경 산업은 지난해 3D를 만나면서 급격히 살아났다. 2009년 1억1천262만달러였던 안경 수출액이 지난해 2억3천117만달러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안경 업계에서는 3D 산업의 발전으로 안경 산업이 살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안경업체 사장은 "3D 영화인 '아바타'와 남아공월드컵 경기의 3D 중계 등으로 3D 안경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며 "지난해 안경 수출액의 절반이 3D 안경에서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3D 영상은 사람의 왼쪽과 오른쪽 눈이 서로 보는 영상이 다르다는 것에서 착안됐다. 3D TV 역시 이 원리를 이용한다. 좌'우 각기 다른 영상을 만들어 TV를 통해 출력하면 안경을 통과하면서 입체감을 형성한다.
안경 업체들은 앞으로 3D TV 보급이 늘수록 3D 안경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디스플레이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DisplaySearch)에 따르면 올해 3D TV 판매 시장은 2천164만 대로 지난해(320만 대)에 비해 약 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D TV 시장의 증가는 3D 안경 수요와 직결된다.
㈜블릭 황창호 사업부장은 "아직 콘텐츠가 많이 확보되지 않아 성장이 더디지만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3D 안경만 보면 매달 2배 가까이 성장 중이다"고 말했다. 블릭은 3D 안경을 위해 3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 안경 업체들도 3D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 중이다.
'아이오씨글라스'(I.O.C Glass)는 3년 전부터 3D 안경 연구에 몰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손진영 센터장은 "3D 산업의 발전은 안경 산업의 새로운 도전이다"며 "규모가 큰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의 3D 기술이 독보적이기 때문에 3D 안경 역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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