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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 전면 확대, 준비됐나요…교과부·교총, 실시합의 논란

주5일 수업제 전면 확대 여부가 최근 교육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 신당초교가 23일 문을 연
주5일 수업제 전면 확대 여부가 최근 교육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 신당초교가 23일 문을 연 '신당 행복토요 문화체험한마당'은 토요일 놀토 프로그램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한 달 내내 '놀토'(토요 휴업일)가 생긴다면 어떨까. 오는 7월 주5일제 전면 도입을 앞둔 가운데 학교 현장에도 주5일 수업제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 격주로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올 상반기까지 이 제도의 확대 시행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교과부가 이달 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주5일 수업제 실시 시행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한 것.

하지만 현장에서는 주5일 수업제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교원 단체가 찬성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평일 수업 시수 증가, 놀토 프로그램 폐지 등 준비되지 않은 제도 시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부모들도 토요일에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 사교육비 증가, 자녀 보육 부담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토요일, 학교 더 신나', 신당초교 프로그램

23일 오전 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신당초등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지만 학교는 평소보다 더 활력이 넘쳤다. 한쪽 교실에서 북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다른 쪽 교실에선 독서 교실이 한창이다. 또 다른 교실에선 원예 강사와 함께 분재를 만들어보느라 흙 손질에 여념이 없다. 학부모들도 아이들 틈에 자리 잡고 앉아 오카리나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신당초교는 이날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하는 '신당 행복토요 문화체험한마당'을 개강했다. 전교생 500여 명 중 118명이 자발적으로 참가했고, 학부모들도 모처럼 학교 나들이를 했다. 임순남 교장은 "앞으로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될 경우 토요일 학생 방임 현상이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평소 수업 때는 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학부모들에게 즐거운 토요일을 선사하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신당초교는 이번 문화체험한마당을 위해 기존 놀토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했다. 연극, 독서프로그램 등 일부 강좌에 그치던 것을 9개로 늘렸다. 전래놀이, 예쁜글쓰기(POP), 난타, 원예, 미술, 체육(구기'무용), 오카리나 등의 강좌가 새롭게 편성됐다.

참가 학생'학부모들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특히 맞벌이 학부모 가정이 많은 신당초교의 특성상 토요일 학생 보육 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 아이를 신당초교에 보내고 있는 문인숙 씨는 "토요일에 학교를 쉬게 되면 아이들이 집 안에서 TV를 보면서 무계획적으로 하루를 보내거나, 일부러 학원에 다녀야 한다"며 "여유 있는 가정에서야 토요일 휴업을 반길지 몰라도 보통 가정에서는 노는 토요일에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에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마련한 이런 놀토 프로그램이 반갑다"고 좋아했다. '예쁜 글씨기'반에서 만난 학부모 김광자 씨도 "토요일날 아이들을 집에 두고 출근하는 일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토요일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 안심이 된다"고 했다. 6학년 정소영 양은 "오늘 원예 수업을 했는데 작은 화분에 식물을 심어 보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좋아했다.

신당초교 문화체험한마당은 수업료와 재료비가 전액 무료다. 학교 측은 지난 4월부터 이 행사를 기안해 강사를 초빙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꾸렸다. 강좌는 12월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교내 국악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김신표 교사는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 학교에 대해 지역문화공동체로서의 역할이 더 요구될 것"이라며 "놀토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이들이 친구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서 적성과 소질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5일 수업제 본격 도입, 시기상조 우려 많아

오는 7월부터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주 5일제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도 주5일 수업제를 하루빨리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놀토'는 2005년 월 1회에서 2006년 월 2회로 늘어난 가운데 시행 7년째를 맞았다.

현재로선 7월부터 당장 주5일 수업제가 시범 실시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교육당국에서는 적극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교과부 측은 최근 "(주5일 수업제) 확대 실시 시기 등 구체적 방안은 6월까지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라며 "구체적 시기는 결정된 바 없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전면 실시는 2013학년도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교육청도 6월 이후 주5일 수업제 준비에 들어갔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교과부의 발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방학이 있는데 굳이 학교 쉬는 날을 더 늘리느냐' 등 부정적 반응이 많아 교과부가 결정짓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7월 시범 실시도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교원 단체를 중심으로 주5일 수업제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시'도교육청 등은 2005년 7월부터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학교는 여전히 토요일에 격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원 절반 이상이 올 7월부터 즉시 도입하기를 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주5일 수업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부모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적잖다. 일부 찬성 의견이 있으나 늘어날 사교육비,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자녀의 보육 부담 증가 등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5일 수업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초교 6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김성근(45) 씨는 "휴일이 이틀 더 는다고 학력이 갑자기 떨어진다거나 부모 부담이 확 늘지는 않는다"며 "학교에서 주5일제를 전격 실시하면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더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조기 도입의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모(43'여) 씨는 "공교육에 기대고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집에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토요일 학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 정착시키는 게 먼저"라고 했다. 자영업자인 유모(44) 씨도 "아내와 함께 식당 운영에 매달리다 보니 놀토에는 청도에 사시는 어머니께 초등학생 남매를 보내왔지만 어머니 몸이 편찮으셔서 늘 죄송하다"며 "놀토가 두 번 더 늘면 아이들을 학원 등에 보낼 수밖에 없어 경제적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형제를 키우는 이모(40'여) 씨는 "우리 교육 현실상 주말을 가족과 함께 지내기보다 다들 사교육에 매달릴 것 아니냐"며 "주머니 사정은 빠듯한데 아이가 경쟁에서 뒤지게 할 순 없어 학원에 보내다 보면 사교육 시장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참교육학부모회 양승희 지부장은 "놀토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흐지부지돼 보충수업으로 변질되기 일쑤"라며 "학교의 토요일용 프로그램이 아직 미흡해 주5일 수업제 전면 실시 얘기가 나올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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