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지난해 우수법제관에 뽑힌 일꾼…임석기 국회 입법조사관

"법률을 제·개정하는 것만큼 균형적 사고와 시각이 필요한 작업이 있을까요? 그 균형추를 잡기 위해 법률안의 조사가 '이'가 맞는지 '은'이 맞는지 하나하나 살펴야 하지요."

임석기(52) 국회 정보위원회 입법조사관은 인터뷰 내내 법 이야기만 했다. 좋은 법률안이지만 계류 중인 것, 통과하지 못한 것, 발효된 것, 발효돼 기쁜 것, 고민 중인 것 등등. 그가 얼마나 워크홀릭인지는 주위에 묻지 않아도 쉬이 간파됐다.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관지에서 발견된 침이 이슈화됐다고 하자 임 조사관은 "일부 민간요법이 불법 의료행위로 규정돼 발생하는 나쁜 일들이 많다. 민간요법을 합법화하는 법도 필요하고 현행법도 다듬어질 필요가 있겠다"며 수첩을 꺼내 들었다. 바로 작업에 착수할 기세였다.

조금은 어수룩하고 숫기없어 보이던 그였지만 법률 이야기가 나오니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화장시설이 혐오감을 준다는 뉘앙스가 있는 장례에 관한 법률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장례문화를 살피고 빙장, 수장 등 장례 방법도 다양해져야 한다며 "큰 틀에서 장례문화를 손질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사들이 진료서나 처방전을 굳이 전문용어나 영어로 써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하는 일을 거론하며 "한글 병기나 한글 진료서 작성을 제도화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친김에 바꾸거나 만든 법률안 중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을 물었다. 임 조사관은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고쳐, 돌려받는 국민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며 "건강보험 관련 법도 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쳐 잡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강화고교에서 국어 선생님을 했던 그는 공무원의 꿈을 접지 못해 국회직 7급에 도전해 1989년 합격했다. 국회 관리국 회계과, 법제실, 연수국, 보건복지위를 거쳤다. 지난해에는 우수법제관으로 뽑힐 정도로 일꾼이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며 연세대 법무대학원 석사를 졸업했고, 동국대 경찰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논문을 쓰고 있다. 주제가 뭔지 묻자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비밀"이라며 웃었다.

그는 "법률안 제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고, 개정은 수많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열린 사고의 작업"이라며 "하나의 법이 얼마나 많은 국민을 웃고 울리는지 아는 까닭에 허투루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릎이 아파 시작한 요가가 벌써 6년이 됐다. 점심시간을 쪼개 쓰면서 배운다. 뭐든지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답다. "기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이웃들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고향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할지도 고민 중입니다."

임 조사관은 1958년 예천에서 태어났다. 영주 동부초, 영주중, 인천제물포고를 나와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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