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사업 기대만 부풀렸다] <2>졸속공사, 사고로 얼룩져

무리하게 일정 짜맞춰 공사 강행…올해만 10여명 死傷

지난 집중호우 때 가물막이 일부가 유실된 낙동강 달성보 공사현장에서 17일 공사관계자들이 공사 재개를 위해 가물막이를 재정비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지난 집중호우 때 가물막이 일부가 유실된 낙동강 달성보 공사현장에서 17일 공사관계자들이 공사 재개를 위해 가물막이를 재정비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낙동강사업 등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사고는 이미 예견됐다.

2009년 말부터 2012년까지 낙동강사업(예산 5조4천억원)을 비롯해 총 사업비 16조9천억원을 투입하는 4대강사업은 당초부터 현 대통령 임기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짓는 것으로 급하게 계획을 짰다. 2011년 안에 보(洑) 건설 등 핵심사업을 끝내고, 2012년까지 낙동강 댐을 모두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러다 보니 설계와 시공, 설계변경 등을 반복했고, 무리하게 야간작업까지 강행한데다 '홍수기 전 가(假)물막이 철거'를 명분으로 사업구간마다 공기 단축에 혈안이 됐다. 심지어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이 한 번 왔다 가면 다른 곳보다 공사 진척도가 5% 이상 빨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무리한 속도전 뒤에는 안전사고가 불가피하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달 8일 구미 해평면 28공구에서 인근 구미광역취수장에 물을 대기 위해 설치한 가물막이 일부가 붕괴되면서 구미'김천'칠곡 일대 52만여 명이 수돗물을 받지 못해 물난리를 겪었으며, 구미산업단지 내 상당수 업체들도 공업용수가 공급되지 않아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6월 홍수기 이전에 보 등 핵심공사를 마무리짓기 위해 공기를 당기다 보니 올 들어 대구경북 낙동강 구간에서만 공사인부와 굴삭기 운전사 등 4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가물막이와 소수력발전소 상판 슬래브가 무너지는가 하면 유조차와 중장비가 강물에 빠지는 등 공사현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잇따랐다.

특히 구미지역의 경우 25공구부터 31공구 사이 7개 공사구간 중 25공구와 31공구를 제외한 5개 공구에서 모두 안전사고가 발생,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높다. 구미보 공사 진척률은 92%를 넘어서 다른 공구보다 훨씬 빠르고, 구미지역 전체 공사구간 평균 공정률 역시 73%가량으로 다른 지역보다 앞서고 있다. 공사진척도가 빠른 지역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고령지역 23공구는 지난해 12월 강 준설선 뒷부분이 침수돼 기름 20ℓ가 유출된 데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강 준설선에서 기름통이 넘어지면서 폐유 4ℓ가량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의성지역 32공구에서는 시공업체가 소수력발전소 공사를 벌이면서 구조물에 대한 기술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감리 직원도 없는 상태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다 슬래브 지지대가 붕괴하면서 2명이 생명을 잃었다.

이 구간 감리단 관계자는 "사고 당일 콘크리트 타설을 승인한 적이 없으며, 감리단이 없는 상태에서 타설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성 낙단보 공사현장 주변에는 또 하루 수백 대의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데도 현장 진출입로에는 안전요원도 배치돼 있지 않아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령지역 낙동강사업 인근 한 주민은 "막바지 공사에 한창인 덤프트럭 등이 6월 장마기 전에 낙동강사업 현장 공사를 끝내려다 보니 과속으로 질주하는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고령'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의성'이희대 hdlee@msnet.co.kr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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