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간 지으려다 시민혈세 날렸다

평당 건축비 상가·아파트보다 많게 책정…계약 취소로 위약금 물어

공사비와 설계비를 시중 설계비보다 과다계상해 논란이 일고 있는 대덕승마장. 26일 오전 한 직원이 마구간을 돌아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시가 대덕 승마장 마구간 증축 추진과정에서 공사비와 설계비를 시중가보다 과다책정해 계약을 체결했다가 공사 중단으로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문 것으로 시의회 결산 검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 공사 입찰과정에서도 설계 용역비가 사전 유출돼 특정업체에 제공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25일 열린 대구시의회의 지난해 결산 검사 과정에서 김원구 시의원(달서)은 대구시가 지난해 대덕승마장 마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공사비를 과다책정하고 특히 설계비는 시중 가격보다 많게는 8배까지 과다 계상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중 상가건물 건축비가 평당 250만~300만원 선이고 아파트 건축비도 평당 350만원 선인데 반해 대구시가 승마장 마구간 건축비를 평당 417만원으로 계상했고 특히 설계비의 경우 시중설계비가 마구간의 경우 평당 2만∼3만원 대인데 반해 대덕 승마장은 평당 17만6천원으로 8배나 과다책정했다가 5배인 평당 12만6천원으로 계약을 했다는 것.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대비해 건립이 추진된 대덕 승마장 마구간 사업은 결국 지난해 8월 계약 체결 후 한 달 만에 상주 승마장을 이용하기로 하면서 전면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도 대구시는 위약금 4천600만원을 건축설계 사무소에 지급하는 등 시민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원구 시의원은 "마구간은 냉난방 시설이 없고 주방, 욕실, 엘리베이터, 화장실, 수도, 전기, 마감재가 들어가지 않는데도 시중 아파트 건축비(평당 350만원)보다 높게 건축비를 평당 417만원으로 예상했고 더구나 17만6천원으로 계상한 설계비를 평당 12만6천원으로 계약해 실제 계약금액은 시중가보다 5배 높은 것으로 하향 조정되기는 했지만 과다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더 문제인 것은 당초 대구시가 산정한 설계용역비(12억9천800만원)와 시중 입찰가의 5배 정도 많은 실제 입찰가(11억4천만원)가 금액이 비슷해 용역계약 과정에서 사전 정보가 특정업체에 제공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옛 상업은행 자리에 연면적 1천603㎡ 규모로 내년에 들어설 예정인 대구문학관에 대해서도 대구시가 리모델링비를 평당 1천600만원으로 책정 하는 등 건축비가 과다책정된 것으로 보고 대구시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2005년 마구간 공사비 280만원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건설비를 책정했고 설계비도 이 기준에 의거, 계산했다"며 설계 용역비 사전누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어 유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물가상승률이 50%에 달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시의회 관계자는 "최근 대구시가 정책적인 오류나 갑작스런 사업 변경, 중단으로 많은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책실명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며 "이번 검사과정에서 10여건의 사례가 파악됐다. 조만간 대구시의 혈세 낭비 사례를 책으로 묶어 발간하는 등 대구시의 안일한 예산집행과 부정의혹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