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기업의 정글 법칙

기업의 정글 법칙

몇 년 전 영국에서 가수를 꿈꾸는 사람들 가운데 뛰어난 기량을 가진 자를 발굴하는 연예 프로그램 '브리티시 갓 탤런트'를 통해 졸지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폴포츠'와 '수전 보일'이라는 사람이 생각난다. 두 사람 모두 겉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오히려 왠지 어눌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정작 노래를 불렀을 때, 대중적인 감성이 짙게 호소되는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그 당시 아주 까다로운 평가로 명성을 날렸던 전문 오디션의 심사위원들조차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경탄적인 극찬을 하던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에 편승한 탓인지 요즘 우리나라 텔레비전 연예 프로그램 중에서도 아마추어 또는 가창력 있는 기성 가수들끼리 서로 노래 경연을 벌여 그들만의 순위를 매기고, 한편으로 중간 탈락이라는 고배의 긴장감을 줌으로써 진검승부를 펼치는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것은 아마추어들의 입장에서 보면 스타 탄생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는 등용문의 계기가 되는 것이고, 기성 프로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진정한 실력을 통해 대중적인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의 마지막 무대에 선다는 필사의 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일종의 긴장감을 주는 선의의 경쟁은 어쩌면 더 나은 자신을 계발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나름대로 해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남이 부른 노래를 자신의 고유한 색깔에 맞게 편곡해 개성적인 감각으로 노래를 불러 대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모습을 보고 우리 사회 기업도 이를 접목하여 무한경쟁 시대에 자사(自社)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브랜드 창출로 소비 대중들에게 성큼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소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이 좁은 안목을 지닌 나는 문득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치열한 시장논리 속에서 기업 간에도 항상 '경쟁'을 통해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리하여 정글에 적응하는 동물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처럼 어떤 제품 생산에 있어서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마치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선 가수가 많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듯이 기업의 성공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게 마땅히 중요하다고 본다.

만약 기업에서 창출하거나 유통되는 제품이 한순간의 실수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불만을 사게 된다면, 오랫동안 명실상부한 그 기업의 영예나 이미지의 가치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가령 전자회사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일본 '소니'(Sony)가 과거 한때 배터리 리콜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 당시 소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아주 냉랭했고 세계적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S&P(스탠더드 앤드 퓨어스)마저 수익성과 성장성 불투명이라는 이유를 들어 장기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물론 리콜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소니 회사의 명성에는 분명 큰 오점을 남긴 셈이다. 이처럼 시장 경제는 일시적으로 생성되어서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리콜 비용으로 부담되는 단순한 금전적인 문제를 넘어서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엄청난 불이익의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옛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 호랑이의 본질적 가치는 '가죽'에 있고, 사람은 '이름'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기업도 이제 험난한 정글 법칙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사의 이름값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름값은 곧 브랜드로서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얼굴이며, 소비자들이 이름을 들었을 때 그 신뢰감만으로도 친근히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국현(올브랜아울렛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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