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은 실용적이고 이성적이며 치밀하다. 또 녹색운동에도 가장 열심인 나라가 독일이다. 이러한 특징이 독일의 홍차문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독일에는 어느 시골을 가더라도 작은 차 전문상점이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주인이 직접 차의 종류를 엄선하여 건강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단골들은 그것을 철저히 믿는다. 여기서는 홍차만이 아니라 녹차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고, 루이보스(Rooibos)차, 각종 허브차 등도 자리를 넓혀 가고 있다. 독일인은 차를 건강식품으로 마시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준다. 실제로 독일 의사 중에는 감기 증상에 차를 치료제로 처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20년 전만 해도 홍차가 독일 차 소비의 90% 이상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녹차 소비량이 30% 정도로 늘었다. 다질링 같은 인도 홍차를 주문할 때도 약하게 발효시켜 달라고 요구하여, 첫물 차(First Flush)의 경우에는 녹차와 비슷한 맛을 내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유기농 식물 재배에 대한 관심도 커서 유기농 차의 점유율이 5%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차를 기르는데 해충 방제제로 특정 나무껍질을 이용하게 하는 등 품질관리도 철저히 한다.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로네펠트(Ronnefeldt)사는 1823년 교통의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 문을 열었다. 이 회사는 수제 방식으로 찻잎을 관리하고, 과학적으로 블렌딩한 차를 반복적으로 검증하여 최고 품질의 차를 생산한다. 자르지 않은 찻잎을 친환경 주머니에 넣어 밀봉 포장하는데, 흔히 '티백'(Tea Bag)이라는 주머니를 이 회사에서는 '티벨럽'(Tea Velope)이라 부른다. 이것은 'Tea+Development+Envelope'의 합성어로 차를 잘 개발하여 우려내는 주머니라는 뜻이다.
이렇게 차를 우려내는 작업을 중하게 여기므로, 현재 로네펠트차는 세계 최고의 7성 호텔인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을 비롯하여 400여 특급 호텔에 공급된다. 티벨럽을 개봉하는 순간까지 티 고유의 향을 간직하도록 밀봉 포장하고, 각 티벨럽마다 차 우려내는 시간을 따로 적어 두는 치밀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질링, 얼그레이 등 다양한 티벨럽을 아홉 칸짜리 나무 박스에 고급스럽게 포장한 로네펠트차는 세계인에게 선물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루이보스, 캐모마일, 레몬, 페퍼민트 등을 재료로 삼은 새로운 건강차를 개발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1873년 뮌헨에서 개발된 아일레스(Eilles)차는 루드비히(Ludwig) 2세에게 납품하였기 때문에 왕립휘장을 사용한다. 이 차도 과학적인 블렌딩으로 성공한 경우이다. 특히 함부르크는 차 블렌딩의 명소로, 이곳의 차 블렌딩 기술자가 유럽 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인의 과학적 치밀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차가 세계적인 이름을 가지려면 이들의 자세에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 정 희 원광디지털대 차문화경영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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