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격 후 "빨리 와달라" 수차례 신고했는데…70분만에 경찰 진입

송도 사제총기 살인 사건 재구성

지난 2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뒤 체포됐다. 경찰이 21일 집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서울 도봉구 피의자 자택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뒤 체포됐다. 경찰이 21일 집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서울 도봉구 피의자 자택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살인 사건 당일 피해자 아내의 112 신고가 접수된 뒤 1시간 넘게 지나서야 경찰이 현장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는 이미 도주하고 현장에 없었다. 신고 녹취록에는 피해자의 아내가 수차례 "빨리 와달라"고 애원하는 절박한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23일 인천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쯤 피해자 A(33)씨 아내가 경찰에 긴급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2분 뒤인 오후 9시 33분쯤 소방 당국과 공조를 요청했으며, 피의자 B(62)씨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즉시 진입 대신 경찰특공대를 불렀다.

사건 신고 직후 인천 연수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오후 9시 41분쯤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어 10시 16분에 경찰특공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10시 43분쯤 현관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첫 신고 시각으로부터 1시간 10여 분이 흐른 뒤였다.

그러나 B씨는 사건 직후 현장을 벗어난 상황이었다. A씨는 이미 총상을 입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현장에 남아 있던 피해자 아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공개한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A씨 아내는 112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동 ○호다"라고 신고했다. 이어 "누가 총을 쐈다"며 "저희 남편이 총에 맞았으니 빨리 좀 와달라"고 호소했다.

경찰관이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다고요"라고 묻자 A씨 아내는 대답 대신 "빨리 들어가. 방으로 빨리 들어가"라며 자녀들을 피신시켰다. 이어 경찰이 총격 부위를 묻자 아내는 "배가 좀 맞았다. 애들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라고 답했다.

첫 신고 통화는 2분가량 이어졌고, 이어진 두 번째 통화에서는 "남편이 피를 많이 흘렸고 아버지가 밖에서 총을 들고 계세요"라고 다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관은 피의자의 위치를 계속 물었고 "경찰관이 가고 있는데 방 안에서도 현관문을 열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A씨 아내는 "열어드릴게요. 문 열었어요"라고 답하며 진입 여부를 물었지만, 경찰은 "올라가고 있어요"라고만 했다.

A씨 아내는 "남편이 현관에 누워있다. 제발 도와달라"고 애타게 말했지만 경찰은 다른 진입로를 확인했다. A씨 아내는 "우리 집이 현관 말고도 테라스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경찰은 "현장에 있는 경찰관이 전화드리라고 하겠다. 바로 전화 받으세요"라고만 했다.

하지만 추가 연락은 바로 오지 않았다. A씨 아내는 다시 112에 전화를 걸어 "전화가 오지 않는다. 빨리 들어오세요"라며 재촉했다. 이어 "제발 빨리 전화주세요", "저희 남편 죽으면 어떡해요. 빨리 전화주세요"라고 거듭 애원했다.

같은 시각 아래층 주민도 여러 차례 신고 전화를 했다. 주민은 오후 9시 39분, 9시 43분, 9시 50분, 9시 56분 등 네 차례에 걸쳐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도 들어오고 119도 불러달라", "경찰도 안 오고 아무도 안 왔다"며 긴박한 상황을 알렸다. 세 번째 통화에서는 "경찰이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 집으로 오셔야 할 거 아니냐"고 따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B 씨와 함께 있다', '아이들과 방에 숨어 문을 잠갔다'고 말했고, 피의자가 총기를 든 채 자택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컸다"며 "무리하게 진입했다면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어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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