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국내외의 파장은 크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하고 경제부처에서도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는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대북 성명만 내는 정도의 대응에 그쳤다. 다만 로켓 발사는 실패했으나 북한이 자존심을 내세워 핵실험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국내외의 이목이 여전히 북한에 집중되고 있다.
◆실패 원인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는 '기술적 결함'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운영하는 통합방위조직인 NORAD(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12일(현지시간) 북한이 발사한 로켓이 1단계서 바다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의 NHK 방송은 로켓 공학 전문가인 규슈(九州)대학의 야사가 데쓰오(八坂哲雄)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으나 로켓 1단 엔진 부근에 고장이 발생하자 스스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그 결과 로켓의 동체가 폭발했던지, 아니면 예정된 궤도를 벗어났기 때문에 북한이 스스로 폭파지령을 발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이전보다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성능을 높이려고 로켓을 무리하게 설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 반응
미 ABC 방송은 이날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 속에 발사를 강행한 로켓이 바다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긴급 보도했다.
CNN 방송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발사됐으나 대기권을 벗어나기 전에 여러 조각으로 파괴돼 추락한 것 같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지만 '기술적 결함' 때문에 실패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미 당국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미 관리들은 북한의 로켓이 발사한 직후 여러 조각으로 분리돼 바다로 추락했다는 보도 내용도 확인 중이라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그러나 미 관리들은 이런 정보를 어디서 입수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일본 NHK 방송은 일 방위성 관계자를 인용,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이 40만피트(약 120㎞)까지 상승한 뒤 4조각으로 파괴돼 서해 부근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정보를 전달하는 'Em Net'도 방위성을 인용해 "미국 조기경계위성이 오전 7시 40분께 발사 정보를 확인했다"며 "발사 장소는 북한의 서해안이고, 발사 방향은 남쪽, 발사 로켓의 개수는 정확하지 않다. 발사체는 발사 직후 여러 개로 파괴된 듯하다. 일본에 날아온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국 반응
정부는 북한의 로켓이 1분 이상 날다가 바다에 떨어졌다고 발사 실패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의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으나 1분 이상 날다가 바다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다카 나오키(田中直紀) 방위상도 북한이 장거리 탄도 로켓을 발사했으나 1분 이상 날다가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로켓이 1분 이상 날아올랐다"면서 "북한의 로켓 발사로 인한 일본 영토나 영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확인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후속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내일 15개 회원국 대표들이 만나 긴급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유엔 외교관이 12일 밝혔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북한에 로켓 기술을 실험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아울러 미 정부는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하면 이는 중요한 도발행위이며 북한에 제공키로 한 식량 공급도 위험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이날 오전 8시40분 총리 관저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 긴급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반도 전문가 분석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에 대해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 이로써 한반도 긴장고조와 북·미 관계 경색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는 특히 북한이 조만간 제3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미 정부가 강력한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한의 '로켓' 시험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걱정은 다소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이사장 = 북한이 발사 계획을 강행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번 발사로 인해 협상으로 돌아가려는 미국의 시도는 사실상 중단됐으며,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는 급격히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를 '위성'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계없이 이는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규탄하고 이를 유엔 안보리에서 엄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연구소 연구원 = 북한이 로켓 발사를 통해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에 도전한 것은 아주 불행한 일이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북한이 의도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북한의 로켓 위협이 즉각적이고 중대하지는 않으며, 이번 실험으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도전해 결국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했다. 평양이 이를 평화적인 목적의 민간 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탄도로켓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에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다.
◆존 박 미국평화연구소(USIP) 연구원 = 미국은 이미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추가적인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응해 로켓 방어체제 개발을 가속화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반응
이상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13일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북한 당국의 로켓 발사가 한반도 긴장을 조성할 것으로 우려하고 반대해 왔다"며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를 흔들고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모든 행동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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