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12 신고 시스템, 빨리 확 바꿔야 한다

경찰이 112 신고자에 대한 자동 위치 추적을 제도화하고 112 운영 시스템의 통합 등 개선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경찰청은 13일 조현오 청장 주재로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위치정보보호법 개정 추진과 통합상황실 운영 등 112 신고 및 대응 조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최근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수원 살인 사건의 조치 과정에서 경찰이 드러낸 여러 문제점을 의식한 것이지만 제도적인 미비 때문에 더 이상 민생 치안에 허점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1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은 112 지령실 근무자들의 비전문성과 부실한 신고 대응 자세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제도적인 허점도 한몫했다. 미국'일본 등과 달리 신고자에 대한 개인 동의 절차 등 제도적인 걸림돌 때문에 경찰의 초동 조치가 늦어지면서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만일 외국의 경우처럼 피해자 위치 파악이 신고 즉시 이뤄졌다면 또 다른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범죄 신고 접수와 조치 등 경찰의 대응력을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수원경찰서 112 지령실 근무자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중요한 위치 추적 단서를 현장 수색팀에 전달하지 못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피해자와 경찰 간 통신이 7분 넘게 이뤄졌음에도 정확한 위치 파악을 못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경찰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112 신고 접수 시 신고자에게 물어야 할 표준 질문지를 사건 유형별로 만들고 구체적인 조치 요령에 대한 매뉴얼을 제작하겠다고 밝힌 것도 경찰의 범죄 신고 대응에 문제점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무엇보다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은 시급한 사안이다. 인권 침해 우려나 자동 위치 추적을 악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겠지만 모든 112 신고자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어야 범죄 대응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야간 호별 방문이나 정밀 수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조항도 시급히 개정해 현장의 경찰관이 범죄 대응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경찰은 이번에 논의한 제도적인 보완책과 대응력 제고 방침이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면밀히 추진하고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향후에도 수원 살인 사건과 같은 범죄가 발생해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전적으로 경찰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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