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관급공사 체불 25억…현장 12곳 근로자들 눈물·한숨

'나랏일' 믿었는데 생계 날벼락

대구경북 지역 관급공사 현장 근로자들이 25억원가량의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 곤란을 겪고 있다. 관급공사장의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분쟁이나 업체의 자금난으로 임금 체불 피해를 보고 있다.

◆체불 임금 25억원, 현장 근로자 운다

24일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이하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대구경북 지역 관급공사 현장에서 체불된 임금은 25억여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원들의 임금 체불 신고가 접수된 관급공사 현장은 10곳으로 대구 2곳, 경북 구미와 안동, 고령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노조 김미윤 사무처장은 "체불 임금의 경우 근로자들의 신고가 없으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다. 건설노조에 소속된 조합원들의 신고만 포함된 것으로 비노조원들의 사례까지 더하면 체불 임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금 체불이 가장 많은 곳은 '4대강 사업' 지류인 금호강 45-2공구다. 건설노조가 비노조원들까지 포함해 추산한 체불금액은 5억3천여만원으로 현장 근로자들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올해 3월까지 최소 100만원에서 1천500여만원까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곳은 공동도급사이자 원청업체인 A사가 B사에 하청을 주고, B사가 또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어 덤프트럭과 굴삭기 노동자들을 고용해 공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B사가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채무 관계로 공사 대금을 압류당하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덤프트럭 기사 장모(52) 씨는 "나라에서 하는 사업이라는 말만 믿고 공사에 뛰어들었는데 7개월째 밀린 임금 1천200만원을 못 받고 있다. 3년 전 할부로 덤프트럭을 사 매달 190만원씩 갚고 있는데 지금은 돈이 없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조례도 효력 못 봐, 대책 없나?

대구시와 각 구에서는 관급공사에 한해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을 방지하는 조례가 있지만 효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해 11월 '현장 임금 체불 방지 등을 위한 관급공사 운영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대구시의 출자를 받아 설립된 공사와 공단에서 발주하는 건설공사와 용역에서 시가 상위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2011년 11월 이후에 계약이 체결된 관급공사만 조례 적용을 받는다.

대구시건설본부 관계자는 "2010년에 발주가 돼 계약이 체결된 45-2공구 사업 같은 경우에는 조례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에서는 원청업체에 대금을 다 지불했는데 원청업체가 고용한 하도급업체가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관리기관이 일일이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건설 근로자들은 '건설근로자 임금지급 보증제도'를 도입해 임금 체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임금 체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설업에서 하청업체 대신 특정 보증기관이 임금 지급을 보증하고 보증서 발급 수수료는 공사원가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송찬흡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하면 원청업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하청업체는 돈이 없다고 발뺌을 한다. 관급공사에 한해서라도 이 제도를 도입해 건설 근로자들이 돈 떼일 염려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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