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항소 기각률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30%대에 머물던 항소 기각률이 작년 60%선을 넘어서 '항소하면 형량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예전엔 1심에 불복해 항소를 하면 잘 풀릴 경우 1심 판결 취소를 받거나 형량과 벌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들어 항소 기각률이 높아져 감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대구고법과 대구지법의 항소 기각률은 2002년 33.3%에서 2003년 45.9%, 2008년 57.9%, 지난해 62.4% 등으로 10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전국 법원도 같은 상황으로 2002년 38.8%였던 전국 고'지법 전체 기각률이 지난해 62.1%로 급증했다.
이는 2003년부터 양형 기준논리가 '점의 이론'에서 '폭의 이론'으로 바꿔졌기 때문이다. 2002년까지만 해도 2개월 정도의 양형을 줄이는데도 재판부가 손을 댔지만 이후 징역 8월, 징역 10월 등 딱 떨어지게 양형을 내리는 '점의 이론' 대신 징역 8~12월 등 '폭의 이론'이 채택되면서 큰 무리가 없으면 2~4개월 정도의 차이는 양형에 손을 대지 않기로 판사들 사이에 암묵적인 동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양형 기준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1심 판결에 손을 대지는 않겠다는 '1심 판결 존중'의 의미도 담겨 있다.
특히 2007년 1월 '벌금, 징역 등 형의 기준'을 정하는 양형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항소 기각이 더욱 늘었다. 제대로 된 양형 기준이 만들어지고 보완, 개정되면서 1심 양형의 적정성이 높아져 원고'피고 간 합의 추가 등 특별한 상황이나 사정이 바뀌지 않는 한 항소심에서 양형을 바꾸는 경우가 크게 준 것.
실제 2007년 이전엔 양형 기준이 없어 판사 재량에 따라 양형이 결정되다보니 항소심에서 양형이 바뀌는 경우가 적잖았다.
항소 기각이 크게 늘면서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의도에서 항소를 제기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졌지만 항소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는 항소를 해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피고인 입장에선 항소해 형을 줄이게 되면 좋고, 줄이지 못하더라도 항소 기간(미결 구금 일수)도 실형 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미결 상태가 길어질수록 실제 복역 기간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구고법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항소하면 형량이 조금이라도 줄었는데 2003년쯤부터는 1년 미만의 형량은 웬만하면 그대로 지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또 "양형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양형기준을 다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항소 기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선거사범에 대한 양형 강화나 음주 폭력자에 관한 새로운 양형 기준이 만들어진 것도 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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