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도 무상보육 9∼10월 거덜 날 판

3월 총선용 졸속 시행 시·구·군 예산 바닥나

0~2세 영아 무상보육이 예산 부족으로 곧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어린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터에 나가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0~2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은 국가가 60%를 부담하고, 대구시 28%, 각 기초단체가 12%를 부담한다. 그런데 대구시와 8개 구'군청에 따르면 시의 0~2세 영아 보육료 지원 예산은 9월쯤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이는 무상보육 지원 사업이 올3월부터 갑자기 시작되는 바람에 대구시와 각 구·군청이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

연말까지 무상보육 지원이 가능한 지자체는 남구와 서구 2곳 뿐이다. 동구는 11월까지 지원할 수 있고, 북'중'달서'수성'달성군 등은 10월쯤 지원 예산이 모두 동난다.

북구청은 올해 무상보육 지원 예산으로 432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무상보육 신청자가 지난해에 비해 1천300여 명 늘어나는 바람에 추경예산을 통해 전체 예산을 500억여 원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구청의 무상보육 예산은 이르면 10월쯤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구'군청들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중앙정부와 대구시만 바라보고 있다.

수성구청 한 관계자는 "보육예산을 더 늘리려면 지자체의 다른 예산항목을 줄여야 하는데 누가 양보를 하겠는가"라며 "국비 지원을 늘리는 게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데 이에 대한 지침도 없어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동구청 관계자는 "정부가 급하게 무상보육을 실시해 재정자립도가 약한 기초단체의 부담이 크다"고 했으며, 남구청 측은 "예산 부담률에 따르면 남구는 11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예산이 바닥난 지역에서 무상보육 중단이 예상되면서 어린이집과 0~2세 아이를 둔 부모들은 불만이 크다. 생후 8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주부 이영경(34·남구 봉덕동) 씨는 "아이가 좀 더 크면 어린이집에 맡기려 했는데 보낼 때쯤 지원이 중단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주부 이주연(31·남구 이천동) 씨는 "제대로 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무상보육을 시작한 탓에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했다.

수성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0~2세 보육제도 문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것은 졸속으로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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