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악사고 인명구조 200여 차례…백두대간 안전산행 '첨병'

문경조령산악구조대 대통령표창

▲고윤환(앞줄 왼쪽) 문경시장이 청와대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조령산악구조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이 권혁진 대장. 문경시 제공
▲고윤환(앞줄 왼쪽) 문경시장이 청와대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조령산악구조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이 권혁진 대장. 문경시 제공

# 1992년 산악인 35명 모여 결성

# 110㎞ 문경구간 66개 산 지킴이

# 위험지역 안전로프 5천m 설치

산악구조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20여 년간 거친 백두대간에서 봉사해온 순수 민간단체 '문경조령산악구조대'(대장 권혁진)가 제2기 국민추천포상에 단체로는 최초로 선정돼 이달 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조령산악구조대는 경북북부지역(문경, 상주, 예천) 산악인의 인명구조 등 안전산행을 지원하고자 공무원, 의사, 법조인, 언론인, 정당인, 식당주인, 환경미화원 등 다양한 직업의 문경지역 남녀 산악인 35명으로 구성됐다.

1992년 12명의 인원으로 결성돼 산악인 구조활동에 나섰으며 1997년 김동욱(52) 회원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것을 계기로 (사)대한산악연맹 경북연맹에 가입했고 현재는 대한적십자 봉사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악사고 인명구조에 200여 차례 출동과 산악사고 예방을 위한 등산로 정비, 일반인은 줍기 힘든 계곡이나 절벽 아래 버려진 쓰레기 수거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구조활동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백두대간 구간 중 문경구간이 전국에서 제일 긴 110㎞에 달하는 데다 전국 100대 명산 중 주흘산, 희양산, 황장산, 대야산 등 4개 명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총 66개의 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험준한 산세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20여 년 간 산악위험지역에 설치한 안전로프의 길이만 무려 5천m에 달하고 있으며 이 안전로프는 문경지역에서 산행을 하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들의 소중한 인명을 구조하는 작업에는 보람도 많았지만 대원들의 희생과 황당한 사건도 함께 했다.

지난 2002년 9월 발생한 희양산 조난자 수색작업에서 대원들이 암벽 등반 등 위험한 수색을 하다가 7부 능선에서 동료대원이 추락해 허리를 크게 다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잘못된 신고로 대원 전체가 강추위 속에 밤새도록 산 속에서 헤매는 등 허탕을 친 사례도 있었다. 2003년 2월 초 모 사찰에서 운달산에 올라간 한 등산객이 실종됐다며 조령산악구조대에 신고를 했다. 대원들은 당시 강추위와 눈보라로 인해 실종된 남자를 빨리 찾지 않으면 동사할 것으로 판단하고 날이 밝을 때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수색했지만 어이없게도 실종자는 경남 창원에서 밤을 무사히(?) 지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의 구조활동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뻔한 웃지 못할 사연도 있었다.

2004년 9월 서울에서 대야산을 찾은 한 등산객이 로프가 풀려 암벽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조령산악구조대는 119 구조대와 함께 신속히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7개월 후 서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구조대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야산 등산로 안전로프를 설치한 분들이죠?" 사고를 당했던 등산객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소송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야말로 '물에 빠진 사람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었다.

다행히 문제의 안전로프는 모 산악회가 자체훈련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확인돼 조령산악구조대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상일(50·문경중앙병원장) 대원은 "조난사고 등 산악사고는 등산객이 많은 주말 야간에 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아무리 훈련을 많이 받은 대원들이라 하지만 야간엔 위험요소가 많아 목숨을 담보로 구조활동을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권혁진(54) 대장은 "조령산악구조대는 산꾼들로 산을 사랑하고 있다"며 "지역의 명산을 찾는 전국의 산악인들이 안전산행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도우미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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