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조원 기업을 꿈꾼다] 500억 벌때 107억 연구비 투자

(1) 연구로 한계 극복 (주)아바코

스퍼터 장비를 생산하는 (주)아바코는 끊임없는 연구로 업종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아바코 연구직원들이 태양전지 박막 증착 장비의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스퍼터 장비를 생산하는 (주)아바코는 끊임없는 연구로 업종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아바코 연구직원들이 태양전지 박막 증착 장비의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아바코 전경.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아바코 전경.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중견기업군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기업이 없는 대구 경제에서 중견기업은 매출'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 발전을 주도해 나가는 리딩 기업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구 경제 발전의 파워 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매출 1천억원 이상 중견기업을 찾아 초고속 성장 비결과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한 새로운 비전에 대해 들어본다.(편집자 주)

'매출 2천400억원, 대구시 스타기업, 지식경제부 월드클래스 300'.

알려지지 않은 알짜기업인 ㈜아바코가 창사 12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리기까지 회사는 적자와 구조조정 등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아바코의 성장은 어려운 시기를 '끊임없는 연구'로 이겨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비 제조업체의 한계를 기술 연구개발로 극복한 아바코는 매출 1조원의 글로벌 중견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내걸고 '연구 열정'으로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성장과 연구

2000년 1월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문을 연 아바코는 대명ENG의 진공사업 부문이 분리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아바코'(AVACO)라는 명칭은 첨단 진공장비를 만드는 회사라는 뜻의 영어 머리글자(Advanced VAcuum & Clean equipment Optimizer)에서 나왔다.

초창기 회사는 LCD산업의 물류 운송 장비를 생산했다. 당시 국내는 LCD 제조 업체가 생산을 늘리던 시기였다. 덕분에 회사는 창립 초기부터 매출이 꾸준히 늘어났다. 창립 4년 만에 매출액이 500억원을 돌파할 정도였다.

아바코가 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평판디스플레이(Flat Panel Display'FPD) 제조용 스퍼터(Sputter) 시스템 장비 개발에 뛰어든 2004년부터다.

'스퍼터'는 LCD 및 박막형 태양전지 유리기판상에 얇은 전도성 금속막을 입히는 첨단 장비로 LCD제조의 핵심장비 중 하나다. 국내 LCD 제조 업체들은 스퍼터를 전량 일본과 독일 등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아바코는 정부의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 중 하나인 LCD 제조용 차세대 스퍼터 장비개발사업을 통해 국산화를 시도했다. 김재호 상무는 "물류장비 분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다"며 "회사가 급격히 성장한 만큼 쇠퇴도 빠를 수 있다는 판단에 스퍼터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한계 극복을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 아바코는 45명의 직원이 3년 동안 스퍼터 장비 국산화에 매달렸다. 마침내 2006년 국산 스퍼터 개발에 성공했다.

성득기 대표는 "LCD 핵심 진공장비 국산화를 위해 총 107억원이라는 연구비가 투입됐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의지와 연구 개발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바코는 스퍼터를 개발 중이던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했고, 2006년 개발에 성공하면서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위기 속의 연구

아바코는 2006년 자체 생산한 스퍼터 1호를 LG디스플레이에 납품했다. 그간의 연구가 결실을 맺는 듯했지만 회사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성 대표는 "3년을 꼬박 매달려 스퍼터장비를 국산화했지만 오히려 회사는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매출이 줄었고 개발 비용이 급증하면서 50억원에 가까운 적자도 냈다"고 말했다. 다른 패널 제조사들도 설비 투자를 줄이면서 아바코는 2007년 매출액이 2005년의 반 토막이 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 상무는 "사실상 LCD 장비회사는 패널제조사들의 투자규모에 따라 매출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물류 운송 장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또다시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때 240명이던 직원을 2007년 130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설계 등 핵심 직원들은 최대한 유지했다. 연구와 개발이 회사의 미래라는 판단에서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겪은 아바코는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했다.

김 상무는 "다양한 거래선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설계 인원을 늘렸고 기업 부설 연구소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바코는 2008년부터는 박막태양전지 스퍼터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적용 분야를 다변화시킨 것이다.

덕분에 2008년 6월에는 LG디스플레이가 장비 협력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분투자(19.9%)를 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성 대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회사의 성장이 끊임없는 연구 덕분에 가능해졌다"며 "그때의 교훈 덕분에 회사는 성장하는 만큼 연구개발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TOP 10을 향해

2007년 대구시 스타기업에 선정된 아바코는 성장세를 이어가며 2011년 매출액 2천487억원, 직원 310명의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다.

지난 4월 지식경제부가 글로벌 수출 기업 육성을 목표로 선정하는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데 이어 대구시가 지난달 사상 최대 외투 유치(3억2천만달러)에 성공한 미국 스타이온사에 태양전지 박막 증착 장비를 제공하는 등 성장의 발판을 이미 마련했다.

김 상무는 "앞으로 태양전지 분야의 성장은 무궁무진하다"며 "우리 회사는 LCD 스퍼터를 제작하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박막태양전지 스퍼터 장비 분야를 연구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아바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 과제로 박막태양전지 스퍼터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 측은 올해 시작품을 완성했으며 2014년부터 양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정부의 미래산업선도 기술개발사업에서 투명플렉시블디스플레이용 8세대(G)급 양산 장비 개발에서 장비 주관 업체로 선정됐다. 사업 기간은 2017년까지이지만 아바코는 2016년까지 시작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성 대표는 "2021년까지 매출액 1조원, 직원 1천100명, 수익율 15%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며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장비 선행개발을 위한 R&D 투자 금액을 920억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련 속에 회사가 성장한 것은 끊임없는 연구 덕분이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로 글로벌 TOP10에 드는 기업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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