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에서 깨어나는 21세기 실크로드<제2부>] 13.중앙아시아의 아름다운 여인들

줌인~ 큰 눈망울 美女들…찰칵~ 친절한 미소 그녀들

음악회 연습을 마치고 사마르칸트 공원으로 나오는 여성 출연자들. 서양인과 동양인의 특징이 섞인 외모에 맑은 피부의 여성들이 보인다.
음악회 연습을 마치고 사마르칸트 공원으로 나오는 여성 출연자들. 서양인과 동양인의 특징이 섞인 외모에 맑은 피부의 여성들이 보인다.
동네 입구에 모여 환담하고 있는 중년 여성들. 과거와 다르게 여성의 지위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동네 입구에 모여 환담하고 있는 중년 여성들. 과거와 다르게 여성의 지위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서양인에 가까운 외모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중앙아시아 여성.
서양인에 가까운 외모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중앙아시아 여성.
억척스러워 보이지만 밝고 건강한 표정의 사마르칸트 전통시장의 여성들. 이 무슬림 여인들은 낙천적이고 강인하다.
억척스러워 보이지만 밝고 건강한 표정의 사마르칸트 전통시장의 여성들. 이 무슬림 여인들은 낙천적이고 강인하다.

중앙아시아에서는 김태희가 밭을 갈고 한가인이 소를 몰며 전지현이 양을 친다는 식으로 한동안 소문이 났었다. 그래서 그 정도로 미인이 많은지 여행 중 유심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각국을 돌며 예쁘다고 생각되는 여성들을 촬영했다. 무슬림 국가에서 여성의 얼굴 사진 찍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으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방문했던 지역이 도시이고 세계적인 관광지여서인지는 몰라도 젊은 여성들은 거부감 없이 촬영에 응해주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곤란하다.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급할 때는 우선 찍고 나서 인사부터 한다. "앗살롬 아라이쿰" 대충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내용이다.

동서양의 오묘한 조화

노인이라든가 더욱 정중해야 할 상대에게는 오른손을 가볍게 왼쪽 가슴에 댄다. 이 경우 상대는 자세를 가다듬고 반갑게 응해준다. 이때 왼손을 사용하면 안 된다. 촬영을 허락받으면 고맙다는 '라흐마트'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필요할 땐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취재기자임을 알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베일로 얼굴을 가리는 중앙아시아 오지 농촌지역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동안 인물사진을 촬영한 내공, 즉 피사체인 외국인이 경계심을 풀도록 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8월이면 사마르칸트의 레기스칸 광장에서는 국제적인 실크로드 음악회가 열린다. 그곳을 방문했을 때 마침 예행연습이 끝나고 일제히 광장 밖으로 나오는 많은 여성 출연자들과 마주쳤다. 중앙아시아 미인들을 촬영할 절호의 기회다.

히잡 차림 여성 많이 줄어

일행 중 남성들은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다.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피부가 맑은 미인형 여성들이 많이 보인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특징이 섞인 외모가 묘한 매력을 보이는 것 같다. 깃털을 머리에 달고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화려하고 탄력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서유기에서 저팔계가 서역기행 중 마녀의 올가미에 묶인 것도 그 지역 여성의 뛰어난 미모에 홀린 때문이었다. 사막의 천년 왕국 누란에서 발굴된 미라 여성을 보고 과학자들은 '누란미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관속의 피부는 양피지처럼 딱딱했지만 눈이나 입 따위의 얼굴 윤곽을 간직하고 있는 여인, 1천500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녀는 죽어서까지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여성의 미모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한 외교관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국제결혼 상대에 있어서 중앙아시아 여성의 인기가 높아지자 문제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며 관리지침도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늘날 중앙아시아 여성들의 지위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길어지므로 생략하고 다만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달라졌음은 틀림없다. 오랜 소련의 지배하에 있었던 영향도 있다. 차도르나 히잡 차림의 여성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하위직 공무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지방으로 가면 자녀양육과 내조를 여성의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는 보수적 이슬람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도 부모의 결정이 절대적이다.

예쁘고 젊은 도시 여성과는 대조적으로 전통시장에서는 억척스러워 보이면서도 건강하고 밝은 표정의 중년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무슬림 여인들은 낙천적이면서도 강인하다. 척박한 실크로드 땅에서 혼란기를 겪은 유목민의 DNA를 가졌기 때문인가. 그래서 모든 여성은 영원히 위대하다. 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마음씨 착한 여성이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 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나이 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방엔 이슬람 보수 성향 여전

인생은 여행이다. 여행의 재미는 사람 구경이 절반을 넘는다는 말도 있다.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은 가린 채 파인더를 통해 미인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사진가의 즐거움 중의 하나다. 찰칵하는 찰나의 만남 후 그 이슬람 미인은 사진 속에서 오랫동안 남아 나를 보며 웃고 있다. 그러나 뭐라 해도 마음씨 착한 우리나라 여성들이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글·사진: 박순국(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sije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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