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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창조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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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엥겔바트. 지금은 잊혀졌지만 컴퓨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마우스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1960년대 초반 미 공군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이른바 '인간 지능 확장'(Augmenting Human Intellect)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의 원형을 개발했다. GUI란 지금 우리가 컴퓨터 운영에 사용하는 그래픽 도구들(마우스, 포인터, 메뉴, 아이콘 등)로 쓰이는 시스템이다.

빌 게이츠는 1994년 플레이보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의 성공 비결은 "그래픽 인터페이스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래픽 인터페이스란 곧 GUI인데 여기에 빌 게이츠가 새롭게 보탠 것은 하나도 없다. 엥겔바트를 포함, PC가 탄생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일찌감치 개발해 놓은 아이디어와 혁신적 생각을 재포장했을 뿐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 CEO를 지낸 존 스컬리는 "매킨토시(애플의 PC) 기술 중 상당 부분은 애플이 개발한 것이 아니다"고 실토한 바 있다.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이를 추적한 미국의 경제사가 애버트 어셔는 기술의 발전은 '누적적 종합(synthesis)'의 과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기술의 진보는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발명'의 연속의 결과가 아니다. 어쩌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존재하는 성과들이 재결합되는 계속적이고 진화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창조자는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러한 진보의 열매는 서로 협력한 생산자나 진보를 가능케 한 지식의 생산에 기여한 사람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않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싸운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고 미국의 경제학자 앨린 영은 비판한 바 있다.('독식비판' 가 알페로비츠, 루 데일리)

특허 재판의 폐해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븐 워즈니악이 미국 사법(司法) 쇼비니즘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 배심원이 삼성이 침해했다고 판정한 애플의 특허가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소소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디자인'이 애플의 창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모든 특허를 공유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누구나 다른 사람의 기술로 최고의 기술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저 세상의 잡스는 여기에 무어라고 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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