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 부서지다

인생은 많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어떤 조각들은 받아들이고, 어떤 조각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버린다면, 인생의 전체 그림은 완성될 수 없다. 기쁘고 행복한 순간만을 인정하고, 실패와 좌절로 말미암아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은 거부한다면, 우리 인생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가 없다. 잊고 싶고 감추고 싶은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 한 조각으로 마침내 우리 인생의 그림이 완성된다. 고통과 슬픔이라는 삶의 조각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지혜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꿈도 산산조각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희망에 찬 내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골목길은 집들이 폭격으로 부숴져서 길바닥에 기왓장과 벽돌들이 낭자하게 흩어져 있었다." "콤팩트의 뚜껑이 열려 떨어지며 거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부숴져서'와 '부서졌다'에 대해 알아보자.

'부서지다'는 단단한 물체가 깨어져 여러 조각이 나다, 액체나 빛 따위가 세게 부딪쳐 산산이 흩어지다, 희망이나 기대 따위가 무너지다라는 뜻이다. "나는 그들의 주먹에 의해서 학교 건물이 기왓장 부서져 나가듯 깨어지는 환영을 보았다." "우리 팀이 이번 경기에서 이기리라던 기대는 초반부터 산산이 부서졌다."로 쓰인다. '부서지다'의 어간 '부서지-' 뒤에 어미 '-었-', '-다'가 붙은 '부서지었다'의 준말은 '부서졌다'이다.

'부수다'는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 일정한 형체의 것을 망가뜨리다의 의미로 '부수고-부수어-부수면-부숨-부순-부수니'로 활용한다.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부숴 버렸다." "철수가 내 장난감을 부쉈어."에 나오는 '부숴' '부쉈어'는 '부수어' '부수었어'의 준말이다. 하지만 '부서지다'는 '부서뜨리다/부서트리다'와 함께 쓰이며 '부숴지다' '부숴졌다'는 잘못된 표기이다.

우리는 어려움이나 고통은 되도록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힘든 일이나 고통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 고통이나 슬픔, 병이나 약함은 혼자만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 아니다.

우리는 고통이나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야 한다.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면,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습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기대어 살고,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고독한 섬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한 주 동안 내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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