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직자 비리 신고 '0'…후환 두려워서?

지역 지자체 징계자 사후 보복성 조치

대구시와 각 기초자치단체가 앞다퉈 '공직자 부조리 신고 보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급된 보상금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기관은 신고자가 없거나 보상기준에 맞지 않아서 예산도 삭감했다고 밝혔지만, 부조리 행위에 대한 양벌 규정이나 신분 노출의 우려 때문에 신고가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9년 서구의회가 부조리 신고보상금 지급 조례를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7개 구와 대구시가 모두 신고 보상금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대구시는 조례 제정 첫해인 2010년 3천만원, 서구와 달서구가 2009년 1천만원, 수성구가 2010년 1천만원 등 예산을 편성해 쇄도할지도 모를 부조리 신고에 대비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애초 적은 금액을 편성해 유지하고 있는 중구(300만원), 동구(500만원), 남구(600만원), 북구(100만원)와 달리 대구시와 서구'수성구'달서구는 순차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 대구시는 올해 신고포상금 예산을 2천만원으로 줄였다. 서구(200만원), 수성구(250만원), 달서구(500만원) 등도 마찬가지. 각 구청 감사 담당자는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신고보상금 예산이 줄어들었다"며 "예비비나 추가 편성을 통해 신고 보상금을 지급할 때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기관들이 예산을 줄이는 이유는 보상 실적이 전무하기 때문. 시행한 지 3, 4년이 지나도록 신고자가 보상금을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간혹 부조리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금품 수수, 향응 접대, 공금 횡령 등 공직자 부조리 신고 보상금 지급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민원으로 분류됐다. 대구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신고 내용이 단순 민원 사항이었기 때문에 보상금 지급 요건에 맞지 않았다"며 "권익위 청렴도 평가 결과 대구시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2등을 했다. 부조리 신고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청과 8개 구'군청 공무원 가운데 2009년 이후 경징계(견책'감봉)를 받은 사람은 대구시청 4명을 비롯해 수성구 1명 등 5명이고, 중징계(정직'해임'파면)는 대구시 1명을 포함, 북구와 달서구를 제외한 6개 구청에 1~3명씩 11명에 달했다. 대부분이 금품'향응 수수 혐의를 받았고 공금 횡령'뇌물 공여'뇌물 수수에 연루된 경우도 있었다. 부조리 공무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부조리 내용이 신고되지 않았던 것.

대구시와 각 구가 마련한 조례에는 신고자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신고자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음해성 투서를 방지하기 위해 기명 신고를 원칙으로 정해 익명 신고는 접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종 인'허가, 단속 과정에서 얻게 된 이익을 반환해야 하거나 뇌물죄 등에서 양벌 규정을 피하려는 신고자들은 공직자 부조리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이에 최근 대구시와 수성구'달서구는 '레드 휘슬 셀프 클린'이라는 익명 제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으로 공직자 비리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것. 국민권익위원회 보호보상과 관계자는 "신고로 인해 범죄가 발견된 경우 신고에 기여하거나 범죄에 가담한 정도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며 "이 경우에도 신고로 인한 불이익까지 막을 수는 없어서 공직자 부조리 신고가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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