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봄. 만물이 풋풋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로 바뀌는 계절이다. 사랑하기에 딱 좋은 이때. 사랑하기 좋은 곳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전북 익산은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사랑의 결정체인 보석. 익산의 또 다른 이름은 '보석 도시'다. 전국 유일의 보석박물관이 있고 해마다 주얼리엑스포가 열려 예비 신랑신부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익산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미륵사(지). 이곳도 왕비인 선화공주의 간절한 마음과 백제 무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창건됐다. 이제 막 봄기운이 상륙한 익산의 함라마을 돌담길에는 사랑을 찾아나선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보석박물관
익산IC에 내리자마자 다이아몬드 같은 피라미드 조형물이 눈에 확 띈다. 초행길임에도 한눈에 보석박물관임을 알겠다. 2002년 문을 연 국내 유일의 보석박물관이다. 14만3천365㎡ 규모에 11만5천여 점의 진귀한 보석과 화석을 소장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서동과 선화공주 입상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중앙에는 자수정, 황수정, 백수정 등의 대형 희귀 원석과 황금과 보석으로 한껏 멋을 낸 영국 왕실의 왕관들이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한다.
2층의 상설전시실은 여러 가지 진귀한 보석과 원석을 전시하고 있다. 인식의 장(보석의 역사), 체험의 장(보석과 과학), 아트갤러리, 역동의 장(보석산업), 감동의 장(보석의 아름다움), 결실의 장(보석과 즐거움) 등으로 나뉘었다. 보석의 채굴 과정과 쓰이는 도구, 세공, 가공 모습들이 디오라마 형태로 알기 쉽게 전시돼 있다. 동굴 같은 채굴 과정 전시장을 지나면 자수정, 아쿠아마린,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진주, 루비, 페리도트, 사파이어, 오팔 등 12가지 탄생석들이 저마다 영롱하게 색을 뿜으며 빛난다.
박물관 한쪽에 놓인 '보석꽃'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세계적인 보석 세공가인 독일의 만프레트 빌트(Manfred Wild)가 익산보석박물관의 개관을 기념해 만든 것. 시가로 20억원이 넘는단다. 213개의 다이아몬드와 15개의 금 잎사귀, 36개의 가넷으로 만들어졌으며 아래의 백수정 판에 340㎜ 높이의 18K로 된 꽃술대가 있다. 또 그 위에 금과 수정, 다이아몬드로 꾸민 수많은 장미꽃과 꽃술, 잎사귀가 얹혀 있다. 견물생심(見物生心). 발길이 자연스레 이웃한 귀금속 보석 전시판매센터로 옮겨진다. 몇 만원대에서 몇 백만원대의 보석들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보석박물관 옆에 자리한 화석박물관에도 볼거리들이 넘친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전시관에 들어서니 티라노사우르스와 스테고사우르스가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다. 넓은 야외전시관에는 브라키오사우르스 등이 실물 크기로 전시돼 있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미륵사지
미륵사지는 익산의 가장 귀한 '보석'이다. 아쉽게도 해체 복원 과정에 있어 탑을 볼 수 없다. 해체'분해되어 미륵사 터에 이리저리 놓여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러나 전시관 내에는 미륵사지 복원을 가정하에 만들어진 미니어처가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대신, 해체 복원 중인 탑 외에 이미 복원 완료된 탑(동원탑)이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뒤편의 미륵산과 각양각색의 조각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이다. 다만, 톱으로 쓱쓱 잘라 올린 듯한 느낌이 비현실적이다.
상상만으로 그려보는 미륵사지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그의 이야기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쳐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천400여 년 전. 마를 캐며 살던 마동(서동)이라는 젊은이가 선화공주와 혼인하고 백제 무왕이 됐다. 어느 날 왕비가 연못 속에서 3명의 미륵부처를 만났고 무왕에게 졸라 미륵사지가 만들어졌다. 인도의 타지마할이 생겨난 스토리와 비슷하다. 왕비에 대한 왕의 지극한 사랑이 동양 최대 사찰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상상 속의 미륵사지는 3개의 법당 앞에 2개의 대형 석탑(동-서)과 목탑(가운데)을 거느렸다. 보통 사찰이 법당 1개에 1탑 혹은 쌍탑인 것에 비하면 특이하고도 거대한 구조다. 커다란 2개의 연못과 기단석 등을 기초로 복원해 놓은 동탑, 건물터 등이 당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전시관에서는 다양한 자료와 유물을 통해 미륵사지 전반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아울러 절터에 복원한 연못 주변에는 벤치도 마련돼 있어 봄과 함께 백제인의 숨결을 음미해볼 수 있다.
함라마을의 전통한옥과 돌담길도 예쁘다. 미륵사지에서 20여 분 거리에 황등석과 금강산 소나무 등 값진 자재로 지은 이원배'조해영 가옥 등 100여 년 전 익산의 부잣집이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돌담길을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 봄을 닮았다.
◇가는 길=남대구IC에서 88올림픽고속도로에 올라 2시간여를 달리다 함양분기점에서 대전'지곡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장수분기점에서 익산'장수고속도로로 갈아타고 30여 분을 가다 익산IC로 빠지면 된다. 보석박물관은 익산IC에서 2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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