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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와 함께] 숨거울-손택수(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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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핸가 나는

죽어가는 사내의 코끝에 손거울을 대고

흐린 거울이 점점 맑아져가면서

한 생이 흐릿하게 지워져가는 걸

지켜본 적이 있네

그의 마지막 숨결로 닦은

거울을 품고

나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스쳐 지나왔던가

그 사이 나는 내게로 왔다가

숨을 얻지 못하고 떠난 이름들을

헤아리곤 하네 맑게 갠 거울 속

숨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수면 위에 피어나는 안개처럼

희붐한 숨결을 더해보곤 하네

-시집『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 2010)

숨은 얼마나 소중한가. 공기처럼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 중 하나다. 딴 건 몰라도 이건 우리 몸을 떠나면 그만이다.

세상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숨을 쉰다. 보기엔 빈틈이 없을 것 같은 얼음장도 숨구멍이 있다. 저 대지도 숨 쉴 구멍이 있어서 끊임없이 들숨 날숨을 반복한다. 아지랑이는 그 중 한 모습이자 증거다.

사람은 부모의 몸을 빌려서 숨을 물려받고, 그 숨을 쉬면서 살다가 자식에게 물려주고 숨을 쉰-멈춘-다. 이 세상이 이어지는 것은 숭고한 숨의 순환이 있기 때문이다. 숨은 잠시 쉬거나 오래 쉬는 차이가 있어 삶과 죽음이 있을 뿐이지 그 기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 이 시처럼 물려받은 숨을 물려줄 몸을 얻지 못해 아픈 숨이 있다. "내게로 왔다가/숨을 얻지 못하고 떠난" 생명 이전의 생명을 그리는 시인의 애절한 숨결이 깃든 시다. 시를 읽다가 잠시 숨이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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