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구 수성구 소선여중 강당. 6개의 기표소와 2개의 은색 투표함, 번호지함, 투표용지 절취기 등 공직선거 투표장에서나 볼 수 있는 투표용품들이 설치됐다. 투표용품에는 '선거관리위원회'라는 문구까지 새겨져 있어 실제 투표장을 옮겨놓은 듯했다.
이날 소선여중은 수성구 선관위의 도움을 받아 올 한 해 학교를 이끌어갈 학생회 정'부회장 선거를 치렀다. 수성구 선관위는 이달 소선여중과 '멘토링 협약'을 맺어 소선여중의 멘토가 됐다. 수성구 선관위는 협약에 따라 소선여중 학생회 정'부회장 선거 지도를 맡았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학생들에게 선거 절차와 투표권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은 물론 투표와 개표 진행에 참여해 올바른 선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미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정치 선행학습인 셈이다.
공직선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허술하게 선거를 치르진 않았다. 투표용지, 기표소, 투표함 등 모두 실제 공직선거에 사용되는 물품들이 사용됐다. 투표 절차도 실제와 다르지 않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용지를 받으면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하고 투표함에 넣는다. 투표장에 느껴지는 긴장감까지 실제 투표장과 닮았다.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도 있었다. 이들은 수성구 선관위로부터 투'개표 절차에 대해 사전 교육을 받았다. 교복을 입은 10명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매서운 눈빛으로 투표 현장을 지켜봤다. 투표의 첫 단계인 본인 확인부터 꼼꼼하게 진행했다. 한 학생이 그림으로 서명을 하자 선관위 최세영(16'여'동구 효목동) 양은 "낙서를 하면 무효표가 된다"면서 "손가락으로 지지 후보 기호를 표시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투표가 모두 끝난 뒤 투표함이 열리자 학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선관위 임채린(16'여'수성구 만촌동) 양은 "생각보다 투표용지에 장난하거나 실수로 엉뚱한 곳에 찍어 효력을 잃은 무효표가 많아 안타깝다"며 "이번에 배우고 경험한 선거 절차를 바탕으로 다음 대통령 선거 때는 소중한 투표권을 올바르게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선관위 임지영(16'여'수성구 만촌동) 양은 "나의 의견이 담긴 한 표가 학교 대표 선출에 반영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실전 투표'를 경험한 학생 유권자들의 감회도 남다르다. 전예은(14'여'수성구 만촌동) 양은 "교과서에서 배운 선거는 지루하고 딱딱했는데 직접 해보니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 진짜 선거권을 가지게 되면 꼭 투표장에 가서 실습한 대로 투표권을 행사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선여중 최가경 생활지도부장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어렸을 적에 선거 및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번 체험을 밑바탕으로 우리 학생들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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