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오랑캐꽃(제비꽃)과 질경이를 주제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제비꽃
어릴 적 동무들과 소꿉놀이할 때 쌀밥이라 하여 밥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비탈진 둑길에 비스듬히 군락을 이루어 여기저기 반가운 제비꽃이 수줍게 하늘거리며 고개 내밀면 꽃잎을 따서 먹기도 하고 꽃씨를 받아 밥을 짓기도 했다. 작은 꽃방 안에 하얗고 투명한 씨앗이 소복이 들어 있는 모습은 마치 갓 지어낸 윤기나는 쌀밥 같아서 '쌀밥'이라 불렀다.
제비꽃이 있는 곳을 잘 살펴보면 꼭 개미집이 있다. 개미들이 제비꽃씨를 물어 줄지어 나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릴 때 너무 신기하여 가만히 들여다본 기억이 난다. 이것은 제비꽃씨 끝에 '엘라이오솜'이라는 지방산 덩어리인 흰 점액 물질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개미들은 이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씨앗에 붙어 있는 엘라이오솜을 집으로 가져가려고 끌고 가다가 이것만 떼어내면 씨앗을 버리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 덕분으로 제비꽃은 또 다른 지역에서 터전을 잡아 종족 번식을 할 수 있게 된다.
4월에 피는 제비꽃은 뿌리와 잎, 꽃 모두 먹을 수 있다. 어린 잎은 샐러드나 데쳐 먹어도 좋다. 뿌리는 밥을 할 때 넣어 먹기도 한다. 꽃을 따서 그늘에 말려 꽃차로 마시거나 설탕에 절여 두었다가 우려먹기도 한다. 꽃을 물에 넣어 얼려 두었다가 샐러드 위에 올려주면 샐러드의 맛을 한층 살릴 수 있다. 꽃의 색소는 염료로도 많이 쓰인다.
제비꽃에는 몇 가지 효능이 있다. 첫째, 변비와 불면증이 있을 때 뿌리를 말려 끓여 마시면 장운동을 도와 변비를 없애준다. 둘째, 제비꽃을 꾸준히 달여 먹으면 담즙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황달을 치료할 수 있다. 셋째, 몸에 염증이 생겼을 때, 특히 위염, 장염에 걸렸을 때 제비꽃을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다. 피부염, 종기 등이 생겼을 때에는 제비꽃을 으깨어 환부에 붙이면 치유가 된다고 한다.
◆질경이
이 풀은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질경이 씨앗에는 젤리 모양의 물질이 있어 몸에 닿으면 부풀어 오르며 달라붙는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씨앗을 퍼트리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의 발에 붙어 종족 번식의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차전초'라고도 부르는데 약의 효능으로는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깝다.
'차전초'의 유래를 소개한다. 중국 한나라에 마무(馬武)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갔다. 산 넘고 강 건너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을 지나게 되었다. 사람도 지치고 식량과 물이 부족하여 많은 병사가 죽어갔다. 병사들은 아랫배가 붓고 눈이 쑥 들어가고 피오줌을 누는 '습열병'으로 고생했다. 말도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 한 마리가 생기를 되찾고 맑은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은 마차 앞에 있는 돼지 귀처럼 생긴 풀을 열심히 뜯어 먹고 있었다. "맞아, 이 풀이 피오줌을 멎게 한 거야." 병사들이 그 풀을 뜯어 국을 끓여 먹었더니 오줌이 맑아지고 퉁퉁 부었던 아랫배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풀이 수레바퀴 앞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차전초'라 불리게 됐다.
질경이는 잎부터 뿌리까지 다 먹을 수 있다. 4, 5월쯤 잎이 연둣빛 어린 순일 때는 그 맛이 달착지근하여 삶아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모든 야생초는 풋내와 아린 맛이 있으므로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발효 음식으로 간하여 먹는 것이 맛도 좋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또한, 소금물에 절여 질경이 김치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소금물에 절인 것을 물기를 빼고 바람에 살짝 말려 된장에 박아서 장아찌로 만들기도 한다. 6월이 지난 질경이는 생 잎을 먹기는 조금 질기다. 삶아서 된장국이나 육개장에 넣으면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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