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던 날
꽃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녀의 남자가 입원실 현관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막 아네모네 꽃을 내리려고 할 때
그녀의 심장은 뚝 멎었다
꽃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영안실 근처로 갔다
죽을 자리에서도 타오른다는 아네모네가
놀란 자전거를 타고 앉아
헛바퀴만 돌리고 또 돌렸다
그날,
꽃은 온종일 자전거에게 끌려 다녔다
꽃을 태운 자전거는 참았던 속력을 냈다
꽃도 그녀처럼 자전거를 타고 앉아
남자의 등을 탁탁 때리며 달렸다
꽃은 내부가 무너지도록 달렸다
마지막 꽃 한 송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뭐라고 말했지만
바람이 그 말을 쓸어갔다
그날,
빈 자전거 한 대
고수부지 잡석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계간 《시와 시학》(2007년 봄호)
북쪽에서 불어오던 겨울바람이 봄이 오면 점점 동쪽으로 자리를 옮겨 불어온다. 눈을 녹이면서 봄바람이 불어오면 눈 속에 언 땅속에 숨어 있던 꽃들이 피어난다. 주로 미나리아재비 과의 바람꽃들이다. 바람이 연인인 것일까. 아픈 사랑의 전설이 담긴 아네모네, 바람꽃들의 숙명이 아프다. 뿌리 내린 꽃이 어이 바람을 따라나설 것인가. 꽃잎 져 나부낄밖에.
그런데 이 시는 바람 없으면 자전거를 타고 쌩쌩 바람을 일으키면 된다는 고집 센 바람꽃 이야기다. 사랑하는 생명이 아프고 죽고 재가 되어 흩뿌려지는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꽃, 결국 강물에 몸 던졌을 것이다. 쓰러진 자전거는 더 이상 바람이 없다. 이렇게 꽃말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시인 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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