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새누리·청와대 심상찮은 이상기류

당·청 실세 '힘겨루기' 조용히 끝날 수 있을까

최근 원내지도부를 교체한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강한 여당'을 내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청와대 실세 간에 주도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사건건 충돌

지난달 말 정부가 SOC(사회간접자본) 축소 등이 골자인 공약가계부를 발표했을 때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발끈했다. 일부에선 "정조위원장 등 새 원내지도부가 진용을 완전히 갖춰지기 전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런 방침을 밝혔다"는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정부가 마련한 공약가계부는 지방공약이 완전히 빠진 수준이다. 국민들이 중앙공약만 이행했다고 대통령께서 공약을 다 지켰다고 생각하겠는가"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청와대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고 처음 열린 '원내대책위원회 워크숍'에서 최 원내대표는 자리를 함께한 청와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등에게 "앞으로 청와대가 (주요 현안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내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라고 경고성 '돌직구'를 날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 원내지도부와 청와대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해석은 거의 없었다. '최경환호' 이전부터 지적됐던 '여당이 청와대 파출소로 전락했다' '집권 여당이 무능하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강한 여당 이미지 심기용'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다.

◆당'청 사랑싸움

최 원내대표는 이달 4일 여당 원내대표로서 국회에 데뷔하는 첫 자리인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정무장관제 부활을 제안하며 이슈를 주도했다. 그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 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특히 여야 간의 노력과 함께 청와대와 정치권의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다. 정치를 회복하고,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무장관제의 부활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치권 간 '소통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됐던 만큼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며 '강한 여당'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 의도적으로 청와대의 정무적 역할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향후 당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5일 기자들과 만나 최 원내대표의 정무장관 부활 제안에 대해 "청와대와 논의된 얘기는 아니다"면서 "현재로선 실현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청와대와 정부도 모두 엄청 축소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시도도 하지 않고 벌써부터 (작은 정부를) 바꿀 수 없지 않냐"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당 원내대표의 제안을 청와대가 하루 만에 거절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애초 최 원내대표의 제안이 나오기까지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당'청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이견은 반드시 있을 수 있다"면서 "연인 사이에도 사소한 것에 다툴 수도 있지 않나. 사랑싸움으로 보면 된다"고 일축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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