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내온도 29도에도 선풍기 한 대 없어

전력난 불똥 튄 구립도서관은 '찜통'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도원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지침에 따라 냉방기 사용 자제시간(오후 2~5시)에 실내온도가 29℃까지 오르자 도서관 측이 선풍기 3대를 동원해 복도의 찬 공기를 열람실 안으로 불어넣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도원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지침에 따라 냉방기 사용 자제시간(오후 2~5시)에 실내온도가 29℃까지 오르자 도서관 측이 선풍기 3대를 동원해 복도의 찬 공기를 열람실 안으로 불어넣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덥다고 항의는 들어오고, 정부는 전력 사용을 줄이라고 하죠. 진퇴양난입니다."

26일 오전 11시 30분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도서관 3층 어울림터. 강당 용도인 이곳에서는 주부 발명을 주제로 한 강연이 한창이었다. 강연 내내 강당 문은 열려 있었다. 더위 때문이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29.4℃. 2층 종합자료실 내 실내온도는 26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그러나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으로 실내온도를 28도로 유지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국가 전력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초여름 도서관이 찜통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전력 사용량에 비해 15% 감축을 목표로 삼으면서 대구시내 각 구청이 운영하고 있는 구립도서관 이용객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쾌적한 도서관은 옛말=같은 날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도원동 도원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은 선풍기 한 대만이 360㎡ 면적의 자료실 전체를 식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도원도서관은 2006년 준공된 대표적인 통유리 건물. 이 때문에 창문이 적어 통풍이 원활하지 않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도 이곳 자료실에는 향학열을 불태우는 이들로 가득했지만 하나같이 더위에 붉어진 얼굴로 연방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잠시 바깥으로 나왔다는 한 40대 주민은 "도서관이 시원하다는 말은 옛말이다. 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며 여가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피서지였는데 올해는 책만 빌려 집에서 봐야 할 판"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대구 달서구 본리동 본리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의 실내온도는 2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한 대도 없었다. 달서구에서 가장 최근에 준공된 도서관으로 최신 시설을 자랑하지만 이곳 역시 창문처럼 생긴 것은 죄다 열어놓는 게 유일한 해법이었다.

◆전력사용량 감축, 현실성 떨어져=관할 달서구청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공공기관은 실내온도를 28도로 유지하라는 안전행정부의 지침이 내려온 마당에 앞장서 정부의 시책을 어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전력사용량 15% 절감이라는 구호가 나오는 현재 분위기로는 실내온도가 31도를 넘어야 에어컨 가동을 고민할 정도"라고 했다.

건물 형태와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실내온도 31도는 실외온도가 33도 이상일 경우 나올 수 있는 기온이다. 결국 한여름에 들어서면 에어컨 가동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안전행정부의 피크시간대(오후 2~5시) 전력사용량 20% 감축 계획에 따라 헛구호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세운 전력사용량 15% 절감이라는 목표를 두고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예비전력이 300만㎾ 이하로 떨어지면 모든 공공기관의 냉방기 가동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지난해 여름과 같은 날씨가 올해도 반복될 경우 도서관은 에어컨을 아예 켤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