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애완견과 결혼을 허하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애완견 이야기가 놀랍다. 2억원의 우승 상금을 받은 우리나라 여자 골퍼는 "상금으로 애완견을 사고 싶다"고 했고, 옛날 칭기즈칸이 전쟁터에 함께했다는 중국의 사자개(티베탄 마스티프)는 35억원을 호가하고, '달이'라는 강아지가 5천만원의 영화 출연 개런티를 받아 명품 조연배우 성동일을 슬프게 하고, 삽살개 '뽕이'는 2억원의 출연료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애완견이 중국 거부들이나 우리 연예인들의 신분 과시용이 되어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개는 10억 마리로 애완견이 글로벌 경제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소득의 증가가 애완견 사육 두수로 연결된다. 동물병원, 개 호텔, 애견 장례업체, 개 놀이공원 등 애완견 산업이 급성장하고, 애완견 수가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을 말해주는 척도가 되었다. 노르웨이는 애완견 먹거리 비용으로만 마리당 한 달 평균 약 6만원(캄보디아 가정부 2달치 월급)을 소비하고, 미국은 숫자(약 7천600만 마리)와 보유율에서 세계 1위인 애완견 천국이다. 미국의 애완견 사육 비용을 모두 구호금으로 내놓으면 지구 상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7억 인구의 식량 문제가 해결된다는 후진국 식량경제학자의 역설적인 주장이 있다. 1983년부터 등장한 반려동물이란 단어는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란 의미이다. 반려자(伴侶者)는 짝이 되는 사람, 배우자란 뜻이다. 요즘의 결혼한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추세이고, 애완동물 숫자는 늘어만 간다. 이는 반려동물을 반려자로 여긴다는 의미다. 개가 사람의 짝이나 반려자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애완견(愛玩犬)이 알맞은 명칭이다. 조물주는 남자에게 강한 힘을, 여자에겐 지혜를 주어 서로 조화롭게 살게 했다. 이는 우리 인간이 깨트리지 말아야 할 질서다.

세계의 수많은 애완견이 유발하는 환경오염, 곡물 값 상승 및 식량 부족, 개의 폭력성 등의 문제는 심각하다. 들개가 되어 몰려다니며 거리를 더럽히고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불교의 나라 태국의 주택가 밤거리가 이상향일 수는 없다. 혹자는 인간들이 날이 갈수록 강퍅해지기 때문에 반려견을 기르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애완견에게 인간의 사랑을 주는 만큼 인간 세상은 더 메말라갈 뿐이다. 이는 역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끼리 정을 주고받는 게 순리다. 인간이 우선이고 인간 문제는 인간들끼리 해결해야 한다. 가정에 아이 하나 없고 애완견만 설치는 세상이 바람직한 세상은 아닐 것이다. 미국 부동산 재벌의 어떤 개는 1천200만달러의 유산 상속자가 되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세상이다. 조만간 개와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광견 같은 사람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서영환 시인'경제칼럼니스트 seodam1@hanmail.net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폭로자 신분을 사실상 공개하며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한 보좌진과의 갈등을 폭로했다. 그는 보좌진 6...
대구시는 '판교형 테크노밸리' 육성 구상을 본격 추진하며, 도심융합특구의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해 2035년까지 지역 산업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귀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탈북민 단체를 통해 받은 편...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