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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감기' 싱글맘 의사 역 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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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니지만 엄마연기 "아이 안는 동작까지 묻고 또 물었죠"

# 촬영때 완벽주의자 칭찬 받았지만

# 난 빈틈 안보이려 의심 많은 스타일

배우 수애(33)는 14일 개봉해 흥행하고 있는 영화 '감기'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솔직히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꺼렸단다. 오랜만에 영화계에 돌아오는 김성수 감독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영화 '비트'와 '태양은 없다' 등으로 유명한 김 감독은 과거, 현장에서 '호랑이 감독'으로 불렸다.

"김 감독님이 현장에서 엄청나게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전설적이었죠. 그런데 짓궂은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고 좋았어요. 현장에서 열심히 했는데 화내는 모습은 못 봤죠. 즐겁게 촬영했어요. (장)혁이 오빠 얘기도 안 할 수가 없네요. 정말 인간적이고 착하세요. 편하게 잘 챙겨주시는 걸로 유명하세요. 먼저 다가와 주셔서 감사했죠. 다음에는 유쾌한 영화로 만났으면 해요. 호호호."

또 수애는 범죄 스릴러 영화 '심야의 FM'과 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끝낸 뒤 심적으로 지쳐 있을 때 영화 '감기'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을 했다. '싱글맘 역할, 모성애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라고 자신을 의심했다. 고민했지만 "재난 영화를 향한 호기심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루는 게 특히 흥미로웠다"고 함께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감기'는 호흡기로 감염되며 감염속도 초당 3.4명, 시간당 2천 명, 발병 후 36시간 내 사망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H5N1이 발생하면서 피할 사이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폐쇄된 도시에 갇힌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극 중 수애는 변종 바이러스에 걸린 딸 미르(박민하)를 살리기 위해 디테일하게 챙겨야 할 게 많다.

현실 속 엄마가 아닌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비결은 그의 연기 때문일 것이다. 김성수 감독은 앞서 인터뷰에서 "수애는 완벽주의자"라고 칭찬했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몇 번이고 "잠깐"을 외쳤고, 질문 폭격을 했다는 게 김 감독의 기억이다.

수애는 "완벽을 추구한다기보다 빈틈을 안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난 의심이 많은 스타일"이라며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상황이나 행동이 이해가 된 상태에서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었거든요. 여러 가지 엄마의 모습이 있을 텐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인해의 모습이 있었죠. 의사로서는 프로페셔널 한 모습도 보이고, 아이한테 의존할 수 있는 엄마로서 모습도 중요했어요. 그런 다양한 모습에 근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큰 건 아니지만 아이를 안는 동작이라든지 하나하나 감독님한테 다 여쭤봤거든요."(웃음)

'감기'를 보면 배우들이 '우리 힘들게 촬영했소!'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장면이 꽤 된다. 지난해 여름도 무척이나 더웠는데 뙤약볕에서, 방역복과 마스크 등으로 무장하고 고생했으니 더 힘들었을 게 분명하다.

수애는 "힘들게 찍은 건 맞지만 행복했다"고 만족해했다. 아이를 안고 뛰어다니는 것도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체력이 강하다. 뼈가 통뼈"라고 웃어넘긴다. 또 "수영, 웨이트트레이닝, 자전거 타기 등으로 체력 관리를 한다. 하루에 2시간씩 운동을 한다"고 덧붙였다.

'감기'를 보고 난 관객 중에 "박민하의 영화"라는 평도 상당히 눈에 띈다. 아무리 아역이라고 쳐도 같은 연기자인데 이런 평가는 솔직히 조금은 아쉬울 것 같다. 나름대로 고생을 많이 한 수애는 특히 더 그럴 수도 있다.

"아니에요.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저만큼 민하도 엄청나게 고생을 했거든요. 또 그만큼 무척 잘했잖아요. 민하가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저희는 스스로 판단이라도 할 수 있지만 민하는 지금 7살이잖아요. 정말 대견해요. 전 그 나이 때 뭐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결혼하진 않았지만, 민하를 보고 어떤 엄마가 될지 생각해보기도 하지 않았을까? "전 아이와 친구 같은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가 뭘 하든 격려해줄 것 같아요. 어떤 걸 선택하든 용기를 주는 엄마가 됐으면 해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힘들 것 같긴 해요. 영화 속 미르처럼 묵묵히 잘해주길 바라야겠죠."(웃음)

개인적으로 지난해 사랑받은 재난영화 '연가시'를 보며 아빠 김명민이 일종의 구충약인 치료제를 힘겹게 구했음에도 다른 아이를 위해 약을 나눠줘 모든 게 허사가 된 장면은 이해가 안 됐다. 재앙이 닥쳤을 때 인간은 이기적인 상황이 되는 게 맞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감기'의 주인공 인해가 딸을 위해 이기적으로 보이는 게 오히려 공감이 갔다. 그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의사임에도 말이다.

수애는 극 중 인물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정말 어딘가에 아이 하나 숨겨 놓은 엄마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수애는 예의 그 환한 미소에 더해,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 "이기적이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가족, 딸 아이를 감쌀 것 같다"고 동의했다.

수애의 어머니는 뭐라고 했을지도 궁금하다. 어머니가 자식의 모성애 연기를 평가해 주지 않을까 했는데 "잘 봤다"는 정도란다. 그래도 수애는 "연기를 할 땐 부모와 나 사이에서 느껴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주위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친분이 있는 배우 문정희도 만나 조언을 받아 인해 캐릭터를 완벽히 탄생시켰다.

"연기 잘했다는 칭찬을 받는 게 가장 좋다"는 수애. 그는 모자를 눌러쓰고 몰래 극장을 찾아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곤 한단다. 반응이 좋으면 기쁘다. 또 "연기적으로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고 외적인 것들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영화를 찍었을 때의 심리나 상황의 기억들이 전해지고 자신을 성장, 발전시켜 주는 것 같단다. 이번에도 수애는 몰래 '감기'를 보고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낄 것 같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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