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절 앞 기부 반 토막…썰렁한 추석 맞는 복지단체

경기침체·공제 방식 변경에 고액기부·기업후원 줄어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대구지역 사회복지단체들이 후원과 기부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오전 남구 봉덕동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추석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대구지역 사회복지단체들이 후원과 기부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오전 남구 봉덕동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추석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추석이 코앞이지만 경기불황과 기부금 공제 혜택 축소로 소외계층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뚝 끊겼다. 사회복지단체들의 기부금 액수가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으로 줄어들었고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걸음도 뜸하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3일까지 기탁된 기부금 액수는 1억3천992만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억590여만원의 45.7% 수준에 그쳤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고액기부자의 기부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추석 때 어려운 이웃들을 지원해 주려면 2주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도움의 손길이 예년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도 추석을 앞두고 줄어든 기부 규모에 당황하고 있다. 기업후원자도 불황을 이유로 줄어든데다 일반후원자도 요즘 발길이 줄었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와 후원 결연을 맺은 기부자들이 추석 명절이 되면 정기후원금액 이외에 명절 선물을 더 보내 주셨는데 올해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아동복지시설이나 복지관 같은 사회복지시설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보호시설인 대구 남구 대명동 에덴원은 올해 추석을 썰렁하게 보낼 형편이다. 구청에서 보내주는 기부품이나 격려금 이외에는 최근 들어 보육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에덴원 관계자는 "추석을 3, 4일 앞두고 찾아오겠다는 사람은 조금 있지만 기부금이나 기부물품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 복지관은 기부금이나 기부물품 액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 폭이 그나마 크지 않아 안도하는 상황이다. 이 복지관 관계자는 "기부금보다 기부물품의 숫자가 지난해보다 못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아직 추석까지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이 더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도움의 손길이 냉랭해진 것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지난해보다 이른 추석, 바뀐 소득공제 방식 때문이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추석이 빨리 다가온 데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기업이나 개인 기부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도 "경기침체로 명절 분위기가 잘 안 살아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부를 하는 데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기부에 대한 소득공제액이 줄어들면서 기부가 뜸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 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최근에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 방식이 바뀌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부터 기부가 뜸해진 게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정책이 바뀌면서 기부자들의 지갑도 쉽게 열리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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