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선두 다툼이 올 시즌이 다 끝나가는 데도 오리무중이다. 16일 현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가 3게임차로 1~공동3위에 포진해 있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니 이들 4팀 감독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팬들까지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정규시즌 3연패를 향해 순항하다 시즌 막판 위기에 직면한 삼성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가 있다. 2004년이다. 그해 삼성은 현대와 숨 막히는 선두 싸움을 펼쳤다. 어찌나 치열했던지 선두 확정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 결정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삼성은 현대에 선두를 내준 채 2위에 머물렀다.
2004년 상위권 팀들의 순위 싸움은 시즌 막바지까지 계속됐다. 3'4위 확정은 정규시즌 최종일을 하루 앞둔 10월 4일 결정됐다. 그날 3위를 노렸던 KIA가 현대에 패하면서 두산이 3위를 차지했다.
남은 건 1'2위. 삼성은 73승8무51패로 74승5무53패의 현대에 밀려 2위였지만 최종일인 10월 5일 경기 결과에 따라 뒤집기가 가능했다. 승률로 따지면 삼성이 선두였지만, 그 당시는 지금의 승률제가 아닌 다승제가 적용돼 삼성은 현대에 1승이 모자라 2위였다. 그러나 최종일 삼성이 승리를 거두고 현대가 패하면 삼성은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칠 수 있었다.
온통 관심은 현대-SK의 경기가 예정된 수원구장과 삼성-두산의 경기가 잡힌 잠실구장에 쏠렸다. 그러나 삼성은 이변을 연출하지 못했다. 먼저 그날 현대가 선발투수 마이크 피어리의 호투와 심정수의 만루 홈런을 앞세워 SK에 7대3으로 승리,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다. 그 시간 삼성은 두산에 0대7로 완패하며 주저앉았다.
그날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과 다승 단독 1위를 노리고 등판한 삼성 배영수는 6이닝 2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써 두 가지 꿈을 모두 허공에 날렸다. 배영수는 35경기에서 등판해 17승2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 두산 개리 레스와 KIA 다니엘 리오스와 함께 공동 다승왕에 머물렀다. 그해 배영수는 승률 1위까지 차지, 2관왕에 올랐으며 1987년 김시진 이후 17년 만에 삼성에 다승왕 타이틀을 안겼다.
2003년까지만 해도 삼성은 이승엽-마해영-양준혁 등 막강 중심타선의 홈런포로 승부를 거는 '타격의 팀'이었지만 이승엽의 일본행과 마해영까지 FA로 팀을 옮기면서 타선은 큰 구멍이 생겼다. 김응용 감독은 일본에서 돌아와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으로 활동하던 선동열을 수석코치로 영입해 투수 육성에 나섰고 현대에서 FA로 나온 2루수 박종호를 영입해 라이벌 팀의 전력 약화와 수비 강화를 동시에 꾀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몰아친 변화는 조직력을 무너뜨렸고, 급기야 5월 5일 현대전부터 18일 KIA전까지 삼성은 창단 이후 두 번째 10연패 하며 최하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5월 19일 KIA전에서 배영수의 호투로 연패에서 탈출한 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삼성은 무서운 상승기류를 만들며 현대를 따라잡았다. 그 사이 박종호는 39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우며 고군분투했다.
후반기 들어 순위싸움은 1위 자리를 놓고 삼성과 현대, 여기에 두산이 추격하는 모양의 3파전으로 전개됐다. 각 팀이 가을걷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일 때 뜻하지 않은 소식이 프로야구계를 흔들었다. 병역 비리 파동이었다. 프로야구 선수 50여 명이 병역 면제를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소식은 야구계를 온통 충격에 빠뜨렸다. 삼성도 시름에 빠졌다. 주전 포수를 꿰찬 현재윤과 왼손 셋업맨 지승민, 홀드왕을 노렸던 신인투수 윤성환, 제5선발 정현욱, 오상민 등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알토란같은 주전요원들이 증발했다.
다행히 삼성은 주당 4, 5경기를 치른 덕분에 변칙적인 4인 로테이션으로도 선발진을 꾸려 갈 수 있었고, 7월 롯데에서 이적해온 잠수함투수 박석진이 불펜에서 제 몫을 한 덕분에 시즌 끝까지 선두싸움을 할 수 있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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