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합니다. 얼마나 기다린 기회인데…."
21일 북한이 이달 25~27일에 열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갑자기 연기한다는 소식에 정희경(80'대구 남구 이천동) 씨는 "가슴이 먹먹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 씨는 이번에 북한에 남아있는 유일한 혈육인 조카를 만날 예정이었다. 정 씨는 "이 날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금강산으로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기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발표에 대구경북 상봉 대상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상봉일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행사가 연기됨에 따라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대구경북의 이산가족 상봉대상자들은 상봉 연기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북녘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북한에 사는 딸과 남동생, 여동생을 만날 예정이었던 박운형(92'경북 경산시 옥산동) 씨는 "60년 동안 기다려온 일인데 물거품이 돼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하지만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 씨도 "북한에 혈육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와 큰형님 생각에 많이 울었다"며 "조카에게 북한에 남아있던 가족들 이야기와 남한으로 내려온 큰형님과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사라져가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됐음에도 상봉대상자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 씨는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지만 오래지 않아 재개될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도 "아직 반신반의하는 마음은 있지만 언젠가는 북한에 있는 혈육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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