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 18홀 파 72] 캐디·카트 선택제, 멀리 있지 않은 현실이다

문경시 여성회관이 주관하는 골프 경기도우미 교육 과정 수강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6개월 과정을 거쳐 골프장에 취업하고 있다.
문경시 여성회관이 주관하는 골프 경기도우미 교육 과정 수강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6개월 과정을 거쳐 골프장에 취업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신설 골프장 수가 급증한 데 반해 골프 인구는 다소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골프장업계는 치열한 고객 유치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골프장들이 고객들이 직접 부담하는 캐디피를 10만원대에서 12만원대로 올리는 경쟁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조사 자료에 의하면, 국내 골프장 325곳을 조사한 결과 전국에서 110여 개 골프장이 캐디피를 12만원(회원제 93개소, 퍼블릭 25개소)으로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60개소, 강원권 16개소, 그리고 충청권이 14개소 순으로 2013년에 들어 캐디피를 12만원으로 인상한 골프장이 전국 골프장의 약 30%(회원제는 약 40%, 퍼블릭은 약 1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수도권 골프장을 중심으로 '캐디피 12만원 시대'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이런 추세는 머지않아 추풍령을 넘어 영남권으로도 전파될 것이 확실하다.

이들 골프장에서 캐디피 인상의 가장 큰 배경에는 최근 골프장 개장 급증에 따른 캐디 수의 절대적인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골프장들 사이에 숙련된 캐디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매끄럽고 빠른 경기진행이 골프장의 매출 증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골프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캐디들을 잡기 위해 내놓은 '당근책'이 바로 캐디피 인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동카트 또한 골퍼들의 편의보다는 골프장 회전율을 높여 각 골프장 매출 증대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골프장의 주된 수입원은 그린피가 아니라 카트피(매출액의 약 15% 비중)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결국 캐디피나 카트피는 골프장의 수익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제적 부담은 골프장 이용객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국내 골프장들의 운영정책을 개선할 여지는 없는가? 물론 당장은 일시적으로 골프장 매출 증대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향후 골프장의 경영악화를 더욱 초래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골퍼들이 을의 위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 골프장을 선택할 수 있는 갑의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 이용객들은 단순한 골프장의 '소비자'가 아니라 골프장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진정한 '고객'으로 대접받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골프의 선진국이라 일컫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이제 한국의 골프장들도 다양한 고객층 유치나 지속적인 고객 확보를 위해 골프장의 캐디 운영 시스템이나 전동카트 운영 시스템들을 골프장별 특성에 맞게 하루빨리 고객중심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시간대별로 노 카트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든가, 더 숙련되고 더 친절한 캐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의 골프시장은 공급자 일방통행 방식에서 수요자가 입맛대로 골라잡는 형태로 변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필 대구대 골프산업학과 교수'한국골프학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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