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글날 왜 놀아요?" 난감한 관공서

법정공휴일 부활 불구 쉬는날 모르는 시민 32%

올해 한글날(9일)이 23년 만에 법정 공휴일로 부활하면서 공휴일에 문을 닫는 관공서'도서관'은행 등이 고민에 빠졌다.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이라는 공식 지위와 달리 국민 인식과 달력 속의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일로 착각하고 관공서나 병원, 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6일 국민 2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글, 한글날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글날이 공휴일임을 모르는 응답자는 31.5%에 달했다. 3명 중 1명은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됐음을 모르는 것.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번 한글날은 공휴일 재지정 첫해인 데다 많은 달력에 한글날이 여전히 평일로 표시돼 있어 (한글날이) 공휴일이라는 대중적 인식이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글날이 공휴일로서 지위를 되찾은 때는 지난해 12월 24일. 1949년 처음 공휴일로 지정됐던 한글날은 1991년 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한글 반포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는 한글 관련 단체의 꾸준한 운동으로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이 결정됐다.

이때는 이미 2013년도 달력의 상당수가 한글날을 평일과 같은 검은색으로 표시된 채 배포된 상황. 이 때문에 관공서뿐만 아니라 곳곳에 한글날을 공휴일로 표시하지 않은 달력이 여전히 걸려 있다. 휴대전화 달력과 다이어리에도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니었다.

대구의 한 시립도서관을 자주 찾는다는 한모(25'여'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솔직히 한글날이 언제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공휴일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하마터면 공휴일에도 도서관에 올 뻔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4'여'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탁상달력에 한글날이 검은색으로 표시돼 있어 빨간색 펜으로 직접 공휴일처럼 빨갛게 색칠했다"고 했다.

법정 공휴일에 문을 닫는 관공서와 은행, 병원에서는 한글날 빚어질 혼선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7일 민원실 입구에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였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한 병원은 공휴일인 한글날에 오후 1시까지 단축 근무한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통보하고 지난달부터 건물 입구에 게시물을 붙였다. 대구의 한 은행 관계자는 "원래 법정 공휴일에는 공휴일임을 알리는 게시물을 붙이지 않지만 이번 한글날은 공휴일로 재지정된 첫해인 만큼 고객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입구에 공휴일을 알리는 게시물을 붙일 계획"이라고 했다.

김혜선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 과장은 "공휴일 지정 시점이 늦어 생기는 혼선을 막기 위해 빨간색으로 된 달력 수정용 스티커 19만 장을 은행, 서점 등에 배포했다"며 "유일한 문화국경일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이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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