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중 요즘처럼 쾌청하고 내 몸이 편안하게 느끼는 날이 참 적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여름과 겨울 중에 지내기에 보다 나은 계절이 언제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무리 더워도 옷을 벗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실제로 올여름같은 더위에는 훌훌 벗는 것도 소용이 없을 만큼 힘들었다. 그마나 추울 때에는 두꺼운 옷을 더 많이 껴입으면 되니까 아무래도 겨울이 지내기가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건강 100세로 장수하는 어르신들은 내 생각과 달랐다. 장수 어르신들의 사례 연구를 하러 갔더니 그분들은 한결같이 겨울이 길어서 힘들다고 했다. 이유로는 평소 주위 텃밭에 나가 일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겨울에는 일거리도 없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청력이 나빠서 TV를 볼 수도 없고, 집 안에서 적막강산으로 지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추운데다 행여 넘어져서 다칠까봐(그래서 자식들 걱정끼칠까봐)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 상태로 서너 달씩 집 안에서 갇혀 계시기가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하니 내 마음까지 답답해졌다.
청력이라도 좋다면 TV를 보면서 시간 보내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지낼 텐데. 내가 만난 100세 이상 어르신들 대부분이 잘 듣지를 못해서 아주 큰소리로 이야기해야만 하거나, 아니면 아예 대화가 불가능했다.
어느 날 이비인후과 의사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질문을 해 봤다. 질문 요지는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우리가 100세가 됐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청력일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귀는 예전보다 스마트기기의 발전, 시끄러운 환경 등으로 훨씬 혹사당하는데 어떻게 청력에 대한 대비를 하면 좋을까?"였다. 쉽게 말해 건강한 귀를 유지하는 방법을 물었다.
이비인후과 의사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사람은 보통 40, 50대부터 청력의 노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청력이 떨어진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고 한다. 한번 떨어진 청력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청력의 쇠퇴 속도는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조기에 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 이비인후과 의사는 "교수님! 목소리가 커요. 작은 소리로 말하세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청력이 나빠지는 가장 큰 원인이 소음인 만큼 자기 목소리부터 낮추고 귀를 쉬게 해 주라"고 했다.
이어폰 사용도 청력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 가급적 볼륨을 작게 해서 쓰라고 했다. 심각하게 획기적인 답을 기다리는 내게는 조금 힘 빠지는 답이었다. 그러나 옳은 말이다 싶었다. 내 목소리부터 낮추고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에게도 목소리 낮추는 신호를 줘서 귀를 쉬게 해 주는 것이 청력 보호의 첫걸음이란다. '쉿, 조용히'를 생활화해야겠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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