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마펫 원장은 2010년 생전에 마지막으로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당시 93세이던 마펫 원장은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개원 111주년을 맞아 준비한 '새로운 선교지 대구'의 영적 회복과 부흥을 위한 선교특강에 참석했다.
고령임에도 그는 대구와 동산의료원의 발전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선교특강을 했다. 9월 30일 오후 4시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마펫홀에서 그는 "초창기 개척자들의 헌신을 본받아 어떤 분야에서든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는 사명과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자 기도"라고 했다. 그의 마지막 특강이었다.
특강 초반부에는 아버지 사무엘 마펫이 한국 땅에 첫발을 딛고 선교를 시작한 이야기와 윌리엄 베어드 목사에 의해 시작된 대구 선교의 역사를 간추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구 최초 의료 선교사였던 우드 브리지 존슨 박사가 겪어야 했던 힘든 역경을 들려준 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진료와 그런 과정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초창기 수술은 열악한 상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존슨 박사님 기록을 보면 폐기종을 앓던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른쪽 폐의 절반이 고름으로 가득 찬 환자입니다. 120㎞ 넘는 곳에서 걸어온 이 환자는 대구에 외국 의사가 온갖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인도, 돈도 한 푼 없이 찾아왔습니다. 존슨 박사님은 환자를 수술할 경우 회복실이 없어서 수술 결정을 망설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인 조수가 수술 후 회복할 수 있는 여관방을 구했고, 수술을 마친 뒤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는 짐꾼 등에 업혀서 여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다음날 환자를 방문했을 때 환자는 담배연기가 자욱한 곳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환자가 가장 따뜻한 아랫목에 눕게 도와주었고, 존슨 박사님은 매일 수술 부위 드레싱을 위해 환자를 찾았습니다. 환자가 꾸준히 회복돼 약방까지 걸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곧 완쾌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습니다."
마펫 원장은 동산의료원의 성장 과정에서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탠 여러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당부의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계속된 성장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누군가로부터 대구의 교회 성장이 다른 도시보다 더디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조언을 부탁받았습니다. 조언을 한다는 것이 어리석을 수도 있지만, 오늘 말씀드린 한국 교회와 기독교 기관의 설립 기준과 원칙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학교와 병원이 이 기준과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까? 아니면 근본적인 기준과 목적이 변질되지는 않았습니까?" 마펫은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는 말로 특강을 맺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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