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생선으로 만들었을라" 어묵·맛살도 안팔린다

판매율 14%나 급감

18일 오후 대구 한 대형마트. 수산물 가공식품 코너에서 주부 서유진(31) 씨가 어묵 몇 개를 집어 이리저리 돌리며 어묵에 들어가는 수산물의 원산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서 씨가 든 어묵에는 대부분 '연육'(수입산)이라는 표시만 돼 있었다.

서 씨는 "아이들이 어묵볶음을 좋아해 자주 사는데 엄마들 사이에 어묵에도 일본산 수산물이 들어간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원산지를 확인해봤다"며 "수입산이라고만 표시됐을 뿐 원산지를 알 수 없어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공포가 어묵과 맛살 등 수산물 가공식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수산물 가공식품은 원산지 표시가 명확하게 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가 판매 중인 어묵과 맛살의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줄 정도로 매출둔화가 두드러진다.

9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의 대구지역 이마트의 어묵과 맛살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8%, 1.8%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어묵과 맛살의 매출 하락세가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공포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산물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원산지 표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묵과 맛살의 원재료가 되는 연육의 경우 대부분 수입산 생선을 재료로 하는데 원산지가 2곳일 경우 원산지 국가를 함께 기입하도록 돼 있지만 3곳 이상일 경우 수입산이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이마트 만촌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어묵 64종 중 11종만이 미국, 중국 등의 원산지 국가가 표시돼 있었고 나머지 53종은 모두 수입산으로만 적혀 있었다. 맛살도 34종 중 32종이 연육의 원산국을 식별할 수 없고 수입산으로만 표기돼 있다.

관세청 수입통계에 따르면 연육은 2012년 10만2천t, 2013년 8월까지 6만t이 수입됐지만 일본산은 없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어묵을 만드는 연육은 대부분 대구나 명태 등을 사용하는데 이들 어종이 일본 홋카이도에서 많이 잡히기 때문에 일본산 수산물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연육을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연육을 만드는 경우 더더욱 원산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어묵과 맛살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자 어육가공업체에 대한 원산지표시 규정 준수 여부를 매월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사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공포가 어묵과 맛살 등 연육이 들어가는 수산물 가공식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구 한 대형마트의 수산물 가공식품 코너.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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