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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아이들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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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수성아트피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일이 어린이합창단을 만든 것이었다. 원래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인가 보다 하며 지휘자 선정, 단원 선발 등 정해져 있던 일들을 진행해나가면서도 큰 의미 부여를 하지는 못했다. 도시에는 '으레 이런 어린이합창단을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혹시나 밀양에서 만들었던 어린이극단 '반달'과 비슷한 성격을 나중에는 가질 수도 있을까 기대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합창단에서 첫 정기공연에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하면서부터 합창단 일은 그냥 주어진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었다. 작품 선정, 연출부 구성, 일정관리 등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챙겨주어야 했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관객들은 역시 수성아트피아가 만든 합창단이라 창단공연부터가 다르구나 하면서 박수를 쳤고, 단원 아이들도 몇 날 며칠을 늦은 밤까지 고생한 건 싹 잊고 너무들 좋아했다. 그 덕에 첫 공연 후 신입단원 모집이 대성황을 이루었다.

첫발을 잘 내디딘 우리 어린이합창단은 올해 일일이 챙겨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경연대회, 합창제 등만 여러 번이고, 방송출연과 녹음에, 그리고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메인공연에 이탈리아 성악가들, 기성 전문합창단과 함께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합창단을 가지고 경쟁을 하고 서열을 매기고 하는 것이 전혀 부질없는 짓인 걸 알면서도 이게 부모 마음인가 하면서 수성아트피아 어린이합창단이 '대구서 제일 잘해요!'라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곤 한다. 토요일마다 앞마당, 로비에서 떠들썩하게 인사를 하며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면 다 내 아이 같은 푸근함에 젖는다.

올봄부터는 평일에도 이틀씩 동네 아이들이 수성아트피아를 드나들 일이 생겼다.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50명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다. 처음엔 로비를 뛰어다니며 바이올린 활로 칼싸움을 하던 아이들이 이제 제법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이게 음악의 힘이구나!'라며 대견스러워진다. 연말에 있을 합주발표회까지 얼마나 더 성장해 우리를 감동시킬까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뭉클해지려 한다.

수성아트피아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아트센터는 독립적으로 전속단체니, 산하단체니 하는 예술단을 두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어느새 지난 2년 사이에 어린이예술단만 두 개가 만들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뮤지컬에 출연했던 엄마, 아빠들은 이제 본인들이 극단을 만들어 배우가 되려 하고 있다. 온 가족의 아트피아 예술단화(化)인가?

부모가 되고 나니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노는 모습은 신이 내린 축복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일하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최영(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furyo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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