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이킹·암벽등반·승마…지친 사람들의 해방구 테렐지 국립공원

초원·숲·강 어우러진 몽골 여행기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나도 말처럼 달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양, 염소, 소, 말 등 가축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맑은 호수와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한 천혜의 자연풍경을 연출한다. 굳이 자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현대문명과 고층빌딩 숲에서 사는 지친 현대인들이 일상을 벗어나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몽골이다.

인천공항에서 매일(월요일 제외) 오후 7시 50분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고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하면 거의 밤 11시쯤 된다. 여행 기간이 길다면 고비사막이나 바이칼 호수 등을 구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테렐지 국립공원이다. 수도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이 공원은 몽골 사람들의 자랑이자 쉼터이다.

◆기암괴석 병풍… 5살 꼬마 승마 가이드

기암괴석이 병풍 삼아 사방으로 펼쳐져 있고 초원, 숲, 강이 만들어 내는 자연경관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해발 1,600m에 위치해 아름다운 산악경치 속에서 하이킹, 암벽등반, 승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테렐지 국립공원은 몽골 방문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북 형상을 한 거대한 거북바위. 바다에서 온 듯한 거북이 테렐지 국립공원을 지켜주는 듯하다. 거북바위 부근에서 한국 돈 1만원 정도를 내고 승마체험을 했다. 간단한 승마 교육을 받고 잘 훈련된 말에 올라탔다. 처음 타는 말이라 두려웠지만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니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체험 말은 몽골 전통말로 일반 말보다 크기가 작고 제주도 조랑말보다는 컸다. 초보자가 탄 걸 아는 건지 앞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빠와 함께 승마 가이드를 하고 있는 5살짜리 꼬마가 뒤를 돌아보며 "추, 추"라고 외치면서 채찍질을 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전통 몽골 복장을 한 이 꼬마 가이드는 3살 때부터 말을 타기 시작했다며 우쭐댔다.

1시간 승마 체험을 하고 내린 곳은 산 중턱에 자리한 알랴발 불교 사원 입구. 부서질 것 같은 흔들다리를 건너고 108개 계단을 올라 사원에 도착했다. 사원에서 내려다본 테렐지 국립공원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사원 내부에서만 신는 전용 실내화를 신고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데 사원을 관리하는 현지인이 "아저씨, 안으로 들어오세요"라며 서툰 억양의 한국말로 안내했다. 관리인은 한국 관광객들이 가끔 찾아와 한국말을 조금 배웠다고 했다. 사원 내부를 한 바퀴 돌고 사원 한가운데 놓인 종을 3번 치면서 소원을 빌면 된다고 했다.

◆별빛 쏟아지는 밤…유목민 생활체험도

테렐지 국립공원에서는 여름철인 6~8월이면 지천에 핀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숙박도 가능하고 유목민의 생활을 체험할 수도 있다. 또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울란바토르 시내도 둘러볼 게 많다. 간당사원, 자연사박물관, 역사박물관, 수흐바타르 광장, 자이승 전승탑 등이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어 관광하기도 편하다. 먼저 역사박물관. 선사시대부터 칭기즈칸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몽골의 역사와 유물, 다양한 민족의상, 도구 등 몽골의 전통문화를 볼 수 있다. 수흐바타르 광장은 1921년 몽골의 혁명 영웅인 수흐바타르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역사적 장소로 광장은 그의 이름을 땄다. 이곳 부근에 국회의사당, 오페라극장, 박물관, 사원, 놀이동산 등이 밀집해 있다. 자이승 전승탑에 오르면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독립운동가 이태준 선생 기념비 눈길

한국인이라면 울란바토르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한국의 독립운동가 고 이태준 선생의 기념공원과 기념관. 자이승 기념탑 인근에 있는 이곳은 한국의 독립과 몽골인들의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삶을 바친 이태준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 몽골 양국 정부가 만든 곳. 그는 일제강점기 낯설고 먼 땅 몽골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의사로서 몽골인들에게 사랑의 인술을 베풀어 마침내 몽골의 마지막 왕인 보그드칸 8세의 어의가 되기도 했다.

몽골은 캐시미어가 유명한 나라. 염소털로 만든 캐시미어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한다. 시내에 대형 전문 매장이 두 곳 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 여행 말미에 휴식을 위해 하는 마사지 역시 몽골의 자랑거리. 우리 돈 2만원이면 충분하다. 몽골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는 밤늦은 11시 55분에 있다.

물가는 우리와 비슷해 엄청 비싸게 느껴지지만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아 말을 타고 광활한 푸른 초원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나라가 몽골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