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막혔던 물길을 튼 포항운하는 단순한 복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발 논리에 밀려 잊고 있던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잃어버린 역사와 문화를 되찾는 과정이다. 포항시는 포항운하의 복원으로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고 철강 도시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친환경 해양문화관광도시로 새롭게 태어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심 쇠퇴 주범이던 동빈내항
동빈내항은 포항의 역사를 간직한 상징적인 장소였다. 신라시대부터 포항의 자궁 역할을 해 온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신라 초기에는 바다를 통해 문물이 왕래하는 주 관문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수산업전진기지로 경북 전역의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근대화의 상징인 포스코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1960년대 후반까지 형산강과 연결돼 있던 동빈내항은 형산강이 직강공사로 하류의 방향이 바뀌면서 깊숙한 만으로 변했다. 포항운하의 옛 물길은 포항제철소가 들어서고 주변 도심이 개발되면서 1974년 부족한 주택난 해결 등을 이유로 매립됐다. 이후 1.3㎞ 길이의 형산강 지류 물길은 완전히 막혀버렸다. 물길이 끊어지면서 바닷물은 동빈내항에 갇혔고 인근 지역은 낙후지역으로 급속히 쇠퇴했다. 형산강에 접해 있던 주거지와 전통시장 등 도심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동빈내항의 중심에 있는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어시장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이어갔지만 동빈내항의 악취 나는 수질은 안타까움의 대상이었다. 동빈내항의 오염을 정화하고 낙후된 주변을 재활성화시키는 것은 포항시의 주요 도시개발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동빈내항의 정화 없이는 환경도시로서의 목표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동빈내항 어떻게 복원됐나
동빈내항 복원사업은 남구 해도동과 송도동, 북구 죽도동을 잇는 1.3㎞ 구간에 포항운하로 수로를 복원해 동빈내항의 수질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면적은 10만5천㎡ 규모로 대부분 수로 및 녹지공간으로 조성되고 일부 수변공간에는 포항을 대표할 만한 건물과 시설들이 건립된다. 포항시는 운하 주변에 호텔과 수변상가, 문화체험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포항운하 건설의 첫 단추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지역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물길 복원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사업비만 1천600억원이 투입되는 대공사였다. LH공사 800억원과 포스코 300억원, 국'도비 346억원의 지원을 받아 포항운하 사업이 시작됐고, 우여곡절 끝에 7년 만에 완공됐다.
이 과정에서 포항시는 이 일대 827가구, 2천200여 명의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격렬한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다. 오랜 진통 끝에 포항시는 물길을 되살리고 오염된 수질의 개선과 각종 테마시설, 호텔 등의 유치를 통해서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생태환경'해양관광도시로 도약
포항운하의 개통을 시작으로 포항시는 동빈내항의 주변지역 정비에도 나설 계획이다. 우선 도시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해 택지개발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동빈내항 주변지역 173만9천19㎡를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하고 대규모 주거단지와 사업문화시설, 공공시설 등을 공급할 구상도 세웠다.
포항운하와 동빈내항 복원을 추진해온 박승호 포항시장은 "포항운하의 건설은 오염된 동빈내항을 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빈내항과 영일만의 수질을 정화시키고 포항 도심의 이미지를 개선하며 낙후된 포항의 도심을 성공적으로 재활성화시키는 데 큰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대규모 도심재생'환경복원 프로젝트인 포항운하 건설을 통해 호주 시드니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이탈리아 나폴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미항으로 발전시킬 희망을 품고 있다. 아름다운 관광도시이자 전국 최고의 해양환경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것.
박 시장은 "포항은 새마을운동과 포스코를 통해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앞장섰고, 그 과정에서 막혀버린 동빈내항의 물길이 40년 만에 형산강과 만나게 됐다"며 "단순히 끊어진 물길을 잇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흐르고 에너지가 넘치는 물길을 잇는 대규모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고의 생태환경도시이자 해양문화관광도시로 발전하자"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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