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사다리/공지영 지음/한겨레 출판 펴냄
작가 공지영이 장편소설 '도가니' 이후 5년 만에 새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출간했다.
한 젊은 수사의 사랑과 방황을 그려낸 작품으로, 주인공 요한이 소희를 만나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통은 왜 있는 것이며, 인간은 왜 존재하는지, 사랑은 무엇인지'등의 질문을 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6'25전쟁 중 흥남 철수 때 목숨을 걸고 1만4천여 명의 한국인을 구조한 마리너스 수사와 한국을 위해 일생을 바친 이방인 성직자들의 삶을 통해 사랑의 의미와 인간적 품위에 대해 질문한다.
이별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베네딕도 수도회의 젊은 수사가 1인칭 서술로 이방인 성직자들의 삶을 그려내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수도사들의 인간과 신을 향한 사랑,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사랑을 내주는 굳건한 태도를 보여주면서 작가는 사랑은 신의 다른 이름이며 우주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한다.
신부 서품을 앞둔 젊은 수사 요한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소설은 지은이 공지영의 개인적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한 소설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사춘기 시절부터 '하느님은 대체 왜?' 라는 반항을 해왔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마리너스 수사, 토마스 수사를 대표로하는 이방인 수사들, 나자레나 수녀)으로 인해 물음은 힘을 잃어갔다"고 말한다. 그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에서 '하느님은 대체 왜?'라는 항변에 가까운 질문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요한의 인생 순례기이자 방황기로 볼 수 있는 작품에서 지은이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을 지킬 것인지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인간 본성에 깊숙이 다가간다. 삶과 죽음, 신과 사랑 등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에게 벌어진 고난과 역경들을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 보여주며 삶의 마지막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지은이는 이 소설이 2004년 혹은 2005년 송봉모 신부님의 책을 읽다가 발견한 100자도 안 되는 구절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소설에도 등장하는 '마리너스 수사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신비로운 만남'에 관한 구절이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작가는 심한 가슴 떨림을 경험했고, 그 떨림이 소설이라는 형상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밝히고 있다.
흥남부두 철수 때 수많은 피란민을 구한 마리너스 수사와 관련한 이야기는 대부분 실제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 1950년 12월, 정원이 60명인 미국 화물선의 선장이었던 레너드 P. 라루는 배에 실린 짐을 모두 버리고 피란민을 최대한 태우라고 지시해 1만4천 명을 피란시켰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을 쓰기 전인 2012년은 많이 힘든 해였다. 나는 '하느님 대체 왜? 라는 오래된 물음과 격렬하게 씨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2013년이 왔다. 새해를 맞으면서 나는 희미하게나마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거칠고 품위 없는 세태가 나를 휩쓸어가기 전에 더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하나씩 다시 시작하자고 결심했던 것 같다" 고 쓰고 있다.
379쪽,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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