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소방관 52% 건강이상 'SOS'

구급차 노후화율도 51%나…구급장비 구비율 77% 그쳐

대구시내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김모(38) 소방교는 최근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를 옮기던 중 허리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몇 달 전 건강진단에서 허리디스크가 시작돼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치료를 미루다가 결국 본인의 허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김 소방교가 치료를 미룰 수밖에 없던 이유는 따로 있다. 구급대원으로 항상 대기상태이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너무 힘들고 김 소방교의 자리를 대신 메워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 소방교는 대기하고 있을 때마다 복대를 차고 진통제를 먹으며 근무하고 있다.

대구지역 소방관들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구지역 소방공무원 중 절반 이상이 특수건강진단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됐고, 구급차량이나 장비도 노후된 것들이 많다.

◆절반이 건강진단 이상소견=지난달 2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남춘(인천 남동갑) 의원의 대구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대구지역 소방공무원 1천861명 중 52.3%에 달하는 974명이 이상소견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 1천9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설문에서는 141명(7.3%)이 위험군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상소견을 받은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후속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의 경우 지난해부터 소방방재청이 이 부분에 대한 상담 및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를 이용하는 일은 드물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아직 사회적 분위기가 정신과 상담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다 자칫 정신과 치료 부분 때문에 개인적 불이익을 염려하는 대상자들이 많아 후속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의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지기에는 갈 길이 멀다. 소방방재청은 올해부터 각 소방공무원들에 대해 건강진단 결과를 데이터로 만들어 추적관리를 하기로 했다. 이전에만 해도 소방공무원들의 건강관리는 개별적으로, 또는 각 소방서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없었다. 또 건강이상자 2차 검진의 경우 올해 4월 1일부터 개인이 2차 진료 및 치료를 할 때 본인이 소방방재청으로 치료비 청구서류를 등기발송하면 개별적으로 치료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시행 중이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런 제도의 시행이 사실 늦게 시행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점차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면 소방공무원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비는 낡아=구급차량의 노후화도 심각할 뿐만 아니라 운영 또한 규정에 어긋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황영철(강원 홍천'횡성군) 의원에 따르면 대구소방본부에서 가동 중인 구급차 53대 중 27대가 5년 이상 됐거나 12만㎞ 이상 주행한 노후차량으로 나타나 노후화율이 50.9%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26.5%)의 2배에 이른다. 또 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제시한 또 다른 자료에는 적어도 1대의 구급차에 3명의 대원이 탑승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구급차의 63.3%가 이 규정을 위반, 운전자를 제외하고 1명의 구급대원만 탑승해 출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9구급장비도 부족해 대구소방본부는 1만317점을 갖춰야 하지만 현재 7천943점(77%)뿐이며 이마저도 노후화율 17%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노후차량의 경우 2007년 대량으로 새 차량을 구입한 뒤 교체 연한이 다가왔기 때문에 많아 보이는 것"이라며 "올해 노후차량으로 판정된 18대 중 8대를 교체했고, 내년에도 13대를 교체할 예정이고 노후차량 교체시기 또한 1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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